[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신하균은 정말 나쁜 형사였고, 이설은 전지전능했다.
MBC 월화극 '나쁜형사'의 한줄 요약이다. 17일 방송된 '나쁜형사'에서는 장형민(김건우)에 대한 복수에 실패한 우태석(신하균)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형민에 의해 아내 김해준(홍은희)을 잃은 우태석은 장형민을 체포하려 했다. 하지만 전춘만(박호산)과 내통한 장형민은 현장에 우태석의 지문이 묻은 범행 도구를 일부러 남겨놨고, 전춘만은 우태석에게 누명을 씌워 체포했다.
장형민이 진범이라는 걸 입증할 목격자의 증언으로 풀려난 우태석은 다시 장형민의 뒤를 쫓아 쇼핑센터로 달려갔다. 장형민은 장도리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우태석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결국 벼랑 끝에서 두 사람은 재회했다. 우태석은 사고가 난 차량에서 휘발유가 새어 나오는 걸 알아채고 "지옥가자"며 라이터에 불을 붙였다. 도망가던 장형민은 불길에 휩싸이고 우태석 도 차량 폭발 여파로 날아가 정신을 잃었다. 그 순간 은선재(이설)가 나타나 우태석을 구해냈다.
우태석의 과거도 드러났다. 장형민이 권수아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건 배여울(조이현) 뿐 아니었다. 그의 친구이자 우태석의 동생인 우태희(배윤경)도 목격자였다. 하지만 우태석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배여울을 목격자로 둔갑시켰고, 우태희를 서울로 돌려보내려 했다. 이를 본 배여울은 두 사람을 원망했고 결국 어머니와 함께 살해 당했다.
결국 우태석은 동생을 위해 사건을 조작한 나쁜형사였다. 여기까지는 캐릭터의 개연성이 인정된다. 시청자들 또한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신하균의 연기 자체가 개연성이 되기도 했다. 신하균은 13년 전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인정하며 장형민과 함께 죽음을 맞으려 하는 신을 담담한 연기로 풀어내며 몰입을 높였고, 아내를 잃은 비통함, 장형민에 대한 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선을 폭발시키며 극을 이끌었다.
다만 이번에도 은선재 캐릭터의 아이러니가 맥을 끊었다. 초반부터 경찰서 병원 교도소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홍길동 행세를 하고, 높은 곳에서 추락해 코마 상태에 빠져 의료진조차 손을 뗀 장형민을 주사 한방으로 살려내더니 이번엔 차량 폭파 이후 귀신같이 등장해 우태석을 구해냈다. 방독면까지 착용한 은선재의 등장은 이 드라마 자체가 '나쁜형사'인지, 전지적 은선재 시점인지를 의심케 할 만큼 뜬금포였다.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서도 은선재가 어떻게 이토록 전지전능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청과 감시라는 진부한 소재 외에 이를 설명할 특별한 길도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장형민 불사조설', 드라마 특유의 잔혹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물론 '나쁜형사'는 19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정도의 잔혹성은 감안해야 한다는 뜻. 그러나 드라마의 잔인함이 용납될 때는 그만큼 탄탄한 작품성이 뒷받침 됐을 때다. 지금처럼 맥을 끊는 산만한 전개로는 잔혹성과 폭력성에 대한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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