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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박항서 매직, 아시안컵 '죽음의조'에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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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은 멈추지 않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스즈키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10년만에 오른 동남아챔피언 자리였다. 베트남 축구는 박 감독 부임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에 이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박항서호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더 큰 무대가 열린다. 내년 1월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시작되는 아시안컵이다.

박 감독은 "20일부터 아시안컵에 대비할 것"이라면서 "(스즈키컵) 우승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다"고 했다. 베트남은 예선을 거쳐 12년만에 아시안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조추첨 결과는 썩 좋지 않다. 이란, 이라크, 예멘과 함께 D조에 편성됐다. 죽음의 조다. 이란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우승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연임하며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위력을 발휘한 실리축구가 건재하다. 이라크 역시 중동의 강호다. 예멘도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중동팀 3팀과 한조에 속한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박 감독도 쉽지 않은 도전임을 인정했다. 그는 "아시안컵에선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겠지만,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최근 베트남 성공신화는 황금세대에 기인하는 것이 크다. 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아시안게임 4강 모두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로 이뤄낸 성과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유스 시스템의 결과다. 쯔엉, 꽝하이 등이 중심이 된 베트남 황금세대는 2017년 U-20 월드컵 출전 등 상승세를 이어왔다. 스즈키컵 우승이 그 정점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젊은 스타들을 적절히 배치하며 달콤한 열매를 맺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완전히 수준이 다른 무대다. U-23 챔피언십과 아시안게임은 연령별 대표들이 나선 대회다. 연령별 대표팀은 확실히 변수가 많다. 이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성인 대표팀이 나왔다고는 하나, 스즈키컵은 비슷한 레벨의 동남아시아팀들간의 격돌이었다. 아시안컵은 지금껏 베트남이 싸웠던 상대와 비교해 수준이 다르다. 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나선다. 냉정히 말해 객관적 전력에서 차이가 크다.

물론 축구에 '절대'는 없다.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 후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확실히 구축했다. 파이브백을 바탕으로 빠르게 역습에 나선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만큼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멘탈이 약한 중동 축구는 많이 뛰는 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이 통한다면 충분히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베트남은 중동에 대단히 강했다. 박 감독 부임 후 치른 중동과의 9번의 경기에서 4승4무1패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베트남은 남베트남 시절이던 1956년과 1960년 아시안컵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당시에는 본선이 4개국 체제였다. 이후 아시안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4개국이 공동개최했던 2007년 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 박항서호의 이번 아시안컵 1차 목표는 16강이다. 이번부터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엔트리가 늘어난 아시안컵은 조 1~2위와 3위 중 성적이 가장 좋은 4개국이 16강에 오를 수 있다. 베트남은 예멘에게 승리를 챙기고, 이란, 이라크전 중에서 승점을 더해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박항서 매직은 아시안컵까지 삼킬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