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나영희가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서늘한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 중이다.
지난 11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서 극 중 이민기의 엄마이자 재벌가 대표를 연기한 나영희는 우아한 카리스마와 동시에 인간미 넘치는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나영희가 이번에는 MBC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차가운 캐릭터로 180도 변신했다. 김선아조차 얼어붙게 만드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시선을 붙든다.
나영희는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차우경(김선아)의 모친 허진옥 역을 맡았다. 젊은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허진옥은 평생 남편과 우경의 그늘 아래에서 온실 속 화초로 살아온 인물이다.
드라마 초반 허진옥(나영희)은 우경의 딸을 돌봐주고 식물인간이 된 둘째 차세경(오혜원)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등 '평범한 엄마'로 보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우경에게 날을 세우는 진옥의 냉정한 면모가 도드라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진옥이 계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 모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문점이 생겨났다.
그동안 진옥은 우경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왔다. 민석과 헤어진 우경이 괴로운 심정을 호소하자 도리어 화를 내고,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꺼낼 때면 굳은 표정으로 무시하는 진옥이었다.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우경의 말에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난 가끔 네 속을 모르겠다. 무슨 생각 하는지"라며 쌀쌀맞게 대답했다.
어제 13일 방송된 '붉은 달 푸른 해' 15-16회에서는 초록옷 소녀를 찾기 위해 어린 시절 친구들을 수소문하던 우경이 한 친구로부터 단서를 듣고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소녀가 우경이라는 것. 부정하던 우경의 머릿속에는 순간 학대받는 소녀의 기억이 스쳤고 그저 아는 아이라고 여겼다. 소녀에게 집착하는 우경을 못마땅해한 진옥은 "넌 네 기억을 믿니? 세경이 사고 나고 한 달 동안, 너 뭐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나? 제대로 기억나냐고!"라고 다그쳤다. 그런데도 자신의 기억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던 우경은 과거 아버지에게 기억이 세뇌당한 것 같다며 주장했다. 진옥은 울먹거리는 우경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너 정말 병원에 좀 가봐야겠다"라고 짧지만 단호함이 느껴지는 한마디로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진옥의 냉소적인 성격은 사실 첫 회부터 암시되었다. 진옥은 아이 학대치사 관련 뉴스를 보며 열을 올리는 우경과 달리 "인간이란 동물이 그래. 지 목숨줄 앞에서는 부모고 자식이고 없는 거야"라는 무심한 반응을 보였던 바. 나영희는 감정의 큰 기복 없이도 묘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영희의 싸늘한 얼굴과 표독스러운 눈빛, 밀도 높은 연기가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가운데, 알면 알수록 비정하게 느껴지는 '허진옥'이라는 인물에 궁금증이 커져간다. MBC '붉은 달 푸른 해'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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