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결국 '최대어'가 움직여야 한다.
지난주 SK 와이번스가 내부 FA(자유계약선수) 최 정(6년 106억원), 이재원(4년 69억원)과 계약을 마쳤지만, 여전히 FA 시장은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시한 15명의 FA 선수 가운데 현재까지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3명 뿐이다. 협상이 가능한 시점에서 한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속도는 역대 가장 느린 편에 해당한다.
LG 트윈스와 잔류 협상을 펼치고 있는 박용택은 이례적인 케이스다. 구단과 일찍부터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 최종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계약 기간에는 합의를 마친 만큼 나머지 부분에서의 조율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박용택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상황은 다르다. 특히 중소형급 FA로 평가받는 선수들의 협상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윤성환 박경수 이보근 등 잔류가 유력해보이는 선수들도 결론이 쉽게 나지 않고 있다.
일단 구단들도 빠르게 담판짓겠다는 움직임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더 크다. 이미 몇몇 구단들은 FA 시장 철수를 선언했고, 내부 FA를 보유한 구단들도 타 팀들의 계약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소형급 FA 선수들은 오히려 빠르게 원 소속 구단과 계약에 협의하거나, 의외의 타 팀 이적을 하기도 했다. 구단들도 계약 규모가 적은 선수들을 먼저 도장 찍고, 대어급 선수들과 본격적인 협상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구단들의 눈치 싸움이 크다. 사장단이 모인 KBO 이사회에서 'FA 제도 개선', '몸값 거품 제거'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던만큼 더욱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 스프링캠프 출발이 1월말~2월초이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 해를 넘기더라도 구단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리고 '최대어'로 꼽히는 양의지가 어느 팀과 어떤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양의지는 현재까지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 외 NC 다이노스까지 총 2개팀이 계약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의지의 계약 규모가 100억원 전후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나비 효과가 미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