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넣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요."
프로농구 선수들은 경기 전에 항상 준비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슛도 던지며 본 경기에 앞서 신체 상태를 끌어올린다. 경기 개시 전 농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알겠지만, 이때 던지는 슛은 거의 대부분 깨끗이 림을 통과한다. 전문 슈터가 아니더라도 거의 80% 이상 성공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이건 연습일 때의 이야기다. 버저가 울려 본 경기가 시작되고 나면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의 성공률이 진짜 선수 개인의 슈팅 능력치라고 볼 수 있다. 실전에서는 상대의 거친 수비와 빠른 흐름, 심리적인 압박감, 체력의 저하 등 슛 성공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슛 성공을 방해하는 요인 중에는 엉뚱하고 황당한 것도 있다. 여자 프로농구 OK저축은행 읏샷의 가드 안혜지는 '오픈 찬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공격 기회에서 슛 찬스인데, 앞에 수비수가 아무도 붙어있지 않은 상황. 흔히 생각하면 매우 좋은 빅 찬스라고 여겨진다. 방해꾼이 아무도 없으니 온전히 슛에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혜지는 오히려 이 상황이 부담스럽다. 속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수비도 없는 찬스인데, 만약에 슛을 넣지 못하면 팀에 더 큰 손해 잖아요. 그런 걱정을 하니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여린 선수들의 전형적인 불안감이다. 이런 면을 파악하고 있는 상대팀도 오히려 안혜지가 공을 잡을 때 일부러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부담감을 가중시키려는 작전이다.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이나 안혜지 모두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 감독은 늘 안혜지에게 과감하게 슛을 던지라는 주문을 한다. 때로는 강하게 질책까지 한다. 처음에는 마냥 두려워하던 안혜지도 이제 조금씩 슛에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이 지난 6일 KEB하나은행전 때 보였다. 이날 5개의 3점슛을 시도해 4개를 넣었는데, 특히 4쿼터에 2개를 집중시키며 팀의 85대82 역전승을 이끈 것이다.
이 한 경기로 안혜지가 오픈 찬스에 대한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 긍정적 변화는 나타났다고 할 만 하다. 과연 안혜지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