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보면 부러울 때도 있죠(웃음)."
총을 내려놓았을 땐 또래 여고생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자 공기 소총 임하나(18·청주여고)는 '깜짝 스타'다. 임하나는 지난 9월 3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소총 부문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뤄냈다. 개인전 본선을 630.9점으로 통과한 뒤 나선 결선 1라운드에서 103.6점으로 3위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쏜 14발이 모두 10점대 이상을 기록했다. 금메달을 결정지은 마지막 발은 10.8점, 자신의 최고점이었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봉에 오르며 '강심장'을 자랑했다. 임하나의 활약 덕택에 한국은 이 종목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쿼터를 따냈다. 스포츠조선 제정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9월 MVP(최우수선수)로 임하나를 선정했다.
임하나는 "사실 결선에 나서기 전엔 너무 무서웠다. 세계선수권 결선에 나설거란 생각은 못했다"면서 "우승을 하고 나서도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하는 생각 뿐이었다(웃음). 시상식 때 응원차 온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라"고 회상했다.
임하나는 청주 율량중 1학년 때 처음으로 총을 잡았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10개월 만인 지난 2015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세계선수권 2관왕의 성과를 내면서 한국 여자 공기 소총의 기대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임하나는 "총 쏘는 모습이 멋있어서 사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엄마가 1주일 동안 반대를 했다. 결국 '성적이 떨어지면 운동도 그만둔다'는 조건을 달고 사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하나는 여러 팀의 영입 경쟁 속에 IBK기업은행 사격단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졸업 전 이미 취업이 결정됐다. 채근배 기업은행 감독은 "선수 생활을 시작한지 2년 만에 대표팀에 선발됐는데, 그런 재능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배짱이 좋은 선수"라며 "욕심이 많은 선수다. 큰 대회에서 위축되지 않는 경험만 쌓는다면 큰 걱정이 없다"고 칭찬했다. 임하나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포기하게 된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며 "세계선수권을 경험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다. 약점을 보완해 성적을 이어가고,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도 이루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