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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SK 서브-넥센 토스-삼성 스파이크, 일사천리로 이뤄진 삼각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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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가 운을 띄웠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걸 구체화시켰다.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가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KBO리그 사상 첫 삼각 트레이드는 이런 세 구단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속에 탄생했다..

7일 낮 히어로즈 구단이 보도자료를 냈다. SK와 삼성도 마찬가지. 고종욱(29)과 김동엽(28) 이지영(32)을 세 구단이 서로 주고 받아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내용. 구체적으로는 우선 SK가 거포 외야수 김동엽을 히어로즈에 보내고 좌타 외야수 고종욱을 받았다. 히어로즈는 다시 김동엽을 삼성으로 보내고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SK는 김동엽을 내주고 고종욱을 영입했고, 삼성은 이지영 대신 김동엽을 받았다. 그 삼각 트레이드의 중계 역할을 한 히어로즈도 결과적으로 고종욱을 보내고 이지영을 데려온 셈이다.

두 구단 이상이 한꺼번에 참여해 부족한 전력을 채우는 삼각 트레이드는 그간 KBO리그에서 나온 적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구단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때문이다. 구단들은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기본적으로 트레이드를 위해 이렇게 복잡한 형태의 논의를 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그간 비야구인 출신으로 모그룹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프런트의 수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야구를 잘 모르기도 했고, 트레이드를 통한 장기적 이득보다는 당장 선수를 내보내는 것을 아까워한 분위기가 대세였다. 삼각 트레이드는 커녕, 1대1 트레이드도 쉽게 나오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야구인 출신 단장이 대세가 되며 트레이드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트레이드 논의가 이뤄졌고, 장기 비전이 확실하다면 단기적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게된 것이다. 그 정점이 바로 이날 이뤄진 세 구단의 삼각 트레이드였다.

스포츠조선의 취재결과, 트레이드를 가장 먼저 제안한 것은 SK였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삼각 트레이드 형태는 아니었다. SK는 거포일색의 외야진에 변화를 주고 싶어했다.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능력이 있는 왼손 타자를 영입하기 위해 과감히 올해 27홈런을 친 김동엽을 카드로 내밀었다. 30홈런 가까이 친 타자지만, SK는 과감했다. 정의윤과 캐릭터가 겹친다는 면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SK 염경엽 신임 감독은 과거 히어로즈 감독시절 중용했던 고종욱을 원했다. 고종욱은 염 감독이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았던 2016년 133경기에 나와 타율 3할3푼4리(527타수 176안타)에 72타점 28도루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하필 히어로즈는 외야수 보강이 별로 필요치 않은 상황이었다. 27홈런 타자가 매우 매력적이긴 해도, 이미 팀의 외야는 주전과 백업이 탄탄하게 뿌리내린 상황이다. 이정후-임병욱-제리 샌즈의 주전에 이택근 김규민 등이 있다. 사실 외야수보다 더욱 시급한 건 포수 보강이었다. 올 시즌 주전포수였던 김재현이 군입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효상과 김종덕이 있지만 불안감이 컸다.

히어로즈 고형욱 단장은 "포수 전력이 약화되는 걸 막기 위해 이지영을 데려오고 싶었는데, 카드가 잘 안 맞았다. 삼성 구단은 힘있는 거포형 외야수를 원하고 있었는데 우리 팀과는 맞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김동엽을 활용하니까 삼성의 요구사항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런 제안을 했는데 삼성 쪽에서 흔쾌히 수락해 이번 트레이드가 성사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번 트레이드는 이렇듯 팀 내부 상황 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부족한 요소를 세밀하게 꿰고 있는 실무형 프런트가 이뤄낸 성과다. SK 손차훈 단장과 히어로즈 고형욱 단장은 야구인 출신이고, 삼성 홍준학 단장도 오랜 프런트 경력을 지녀 구단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야구를 잘 아는 프런트 수장들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솔직히 공개하고 상생의 카드를 맞춰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