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화 이글스는 배영수(37)와 박정진(42), 두 명의 베테랑을 방출했다. 배영수는 최근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박정진은 자의반 타의반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
박정진은 5일 "방출된 지 20일 가까이 된다. 지금은 쉬고 있다. 좀 와전된 부분이 있다. '현역연장 의지'라는 얘기들이 꽤 나왔는데 의미가 좀 다르다. 나는 한화를 벗어나 공을 던질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은 선수의 현역연장 의지를 감안해 조건없이 방출했다고 발표했다. 배영수의 경우 어디서든 현역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박정진은 달랐다.
박정진은 "내 욕심이지만 올겨울 재활을 더 열심히 해 내년에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팀에서 제의한 은퇴식을 정중히 사양하고 재도전을 언급했던 것이다. 결과적이지만 팀 입장을 100% 이해한다. 팀이 가고자하는 리빌딩도 알고 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가는 것이 맞다. 또 내가 보여준 것이 아예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구단에는 나올 때도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나 역시 헤어질 때 따뜻한 격려의 말을 갖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박정진은 올시즌 내내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했지만 1년간 볼을 던질 수 없었다. 재활은 막바지였지만 한화에서 다시 볼을 던질 수 없다면 현역 고집은 더 이상 부리지 않기로 했다.
박정진은 내년에는 유소년이나 중고교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화는 박정진에게 은퇴를 권유하면서 코치직을 제안하지는 않았다. 박정진은 "어디서든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진은 1999년 한화가 드래프트 1차 신인으로 뽑은 '원클럽' 맨이다. 지난해까지 16시즌 동안 691경기에서 45승35패35세이브96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독특한 투구폼의 좌완 불펜으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암흑기 동안 4년 연속 55경기를 넘게 던졌다. 올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두 번째 FA계약을 했다. 2년간 7억5000만원(계약금 3억5000만원, 연봉 2억원).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였다. 한화는 잔여연봉을 지급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