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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화의 HOOK가요] 산이의 힙합, 도끼의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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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래퍼들이 강조하는 '힙합 정신'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음악을 통해 눈치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정도로 풀이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최근 도마에 오른 두 래퍼 산이, 도끼는 힙합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란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 차이점도 확실하다. 산이는 '젠더 이슈'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사회적인 문제에 소리를 높였고, 도끼는 '빚투' 논란과 관련, 자신을 향한 비난과 비판에 소리를 높였다는 점이다.

산이는 사회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도끼는 자기 자신의 떳떳함을 피력하기 위해 비트 위에 가사를 적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연예인' 타이틀을 내려놓고자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또 두 사람의 스텐스가 갈린다. 산이는 제한 없이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도끼는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피해가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먼저 산이의 이야기다.

"저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것에 대해서 입을 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것도 존중해요. 하지만 제가 존중받고 싶은 태도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신껏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래퍼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열심히 달리다 보니 연예인이란 이미지가 되어 있더라고요. 방송국, 회사, 여러 가지 걱정해야 할 것들 내가 이렇게 되면 잃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들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그 것들을 다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돼버렸어요."

"그게 너무 괴로웠어요, 솔직히 내가 아티스트인가? 사람들이 원하는 소리나 해주길 바라는 그런 앵무새 같은 존재인가? 저는 싫어요.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저는 사회적인 이슈들이나 여러 가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다룰 생각이에요.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I'm all good. I'm okay.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산이 유튜브 소개 중)

산이는 소위 말해 잘 나가는 래퍼였다. 다양한 예능 출연으로 친근함도 확보해 나쁘지않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고 실력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그럼에도 다 내려놨다.

꽤 오래 전부터 산이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 '이수역 폭행 사건'관련 영상을 올린 이후부터다.

'젠더 이슈'의 중심에 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특정 성향의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말 대신 '페미니스트'라는 곡을 내놓으면서 대응했다. 가사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지칭, 여성을 존중한다면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산이는 이 화자를 비판함으로써 '남녀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사 속 화자를 산이로 인식하며 한 차례 오해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산이가 저격하려 했던 것은 '페미니스트'라는 근사한 타이틀 뒤에 숨어 '젠더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과 이 같은 문제점이 쉼 없이 불거지고 있는 사회현상이었다.

이후 산이는 또 한 차례 논란에 휩싸인다. 최근 개최된 '브랜뉴이어 2018' 콘서트 중 일부 관객과 마찰을 일으킨 것. 산이의 공연에 일부 관객들이 '산하다 추이야(산이야 추하다)', 'SanE the 6.9cm boy'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고, 무대로 (죽으라는 메시지가 담긴) 돼지 인형을 던뎠다. 이에 산이는 무대를 마친 뒤 "여기 오신 워마드, 메갈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며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no), 너넨 정신병"이라며 자신이 공개했던 곡 '6.9cm' 중 일부를 불렀다.

해당 이슈로 또 한 번 온라인이 들썩였고, 산이는 다음날인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곡 '웅앵웅'을 공개, 무분별한 '남성 혐오'를 하는 이들을 향한 일침을 가했다.

주목해볼 점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음악을 공개하는 플랫폼이 음원사이트가 아닌, 유튜브라는 점이다. 표현에 있어 비교적 제한이 적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산이는 앞으로도 해당 채널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젠더 혐오' 이슈 전부터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 가져왔던 것처럼.

도끼의 이야기는 산이에 비해 비교적 스케일이 작다.

"이건 내 dope 함을 증명하는 doping test 보여줄게 절대 내가 연예인이 아닌 reason. Im here i dont just come and go by the season. 난 지켜 내 말은 내가 한 짓은 나도 잘 알아 욕 x먹을 거라는 사실도 난 쉴드 따위 치지 않아. 신중한 발언 드립 치지 마라. 제대로 알기 전에 끼지 마라. 난 쉬쉬 않어. 날 죽일 듯이 물고 뜯던 놈들 인터넷 밖에선 뵈지 않어. 빌어먹을 swag 타령 어려 경솔 하단 얘기 못 배운 놈 무식하게 대처 한단 얘기. 언팔 한단 애기들과 평소엔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이제 와서 활개치네 괜히. 티비에서 봤었다면 되니 나의 Fan이 깊게 넣은 적도 없이 살짝 갖다 댔다 빼니. 힙합은 아냐 절대 니들의 유행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될 수 없어 난 연예인이. 욕 안 한다더니 욕한다고 지랄 그럼 어찌 되나 보자 옛다 x까, x발 이제 추락하냐 이미지? 이제 활동 못해? 니들이 띄워줬다며, 그럼 나 이제 x돼? 인기 한순간이네 okay 힙합이 만만해 보이면 너도 해봐 go ahead.." (도끼 '말 조 심' 중)

연예인 타이틀을 내려놓은 것은 산이와 같지만, 스텐스는 정반대다. 도끼의 경우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신중함을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 된다. 앞서 경솔했던 발언에 쏟아진 비난과 비판을 헤이터(hater)의 시간낭비라고 보는 시각도 인상적이다.

앞서 도끼는'도끼 모친이 1000여만 원을 빌렸지만, 지금까지 갚지 않고 잠적했다'고 주장한 A씨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 모친이 돈을 빌렸고, 갚지 않아 법원까지 갔었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었음에도, 도끼는 "이미 해결된 사건"이라며 "1000만 원은 한달 밥값 밖에 안 되는 돈인데, 그 것 때문에 잠적하겠느냐"는 해명으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지난 3일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한 곡이 '말 조 심'이다.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사과가 따로 없었기에 해당 곡은 도끼의 반성을 담은 곡일 것이라는 예상됐지만, 정반대였다. 해당 곡에는 '남의 일에 끼지 말고, 말조심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소신 있게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힙합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이다.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