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스키장 리프트 요금 등 특정 시즌을 맞아 카드사들이 내놓은 할인 서비스가 앞으로 대폭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불공정 문제의 온상으로 지목된 신용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에 대한 수술에 착수함에 따라, 부가서비스는 줄어들고 연회비는 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가 이번 주중 발족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카드사 간 과당경쟁 심화로 카드사의 자율적 감축이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함께 마케팅 관행 개선 방안을 찾아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이 발표된 이후, 금융당국은 카드사 간 외형 확대 경쟁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대다수 가맹점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현재 구조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실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2014년 4조1000억원, 2015년 4조8000억원, 2016년 5조3000억원, 2017년 6조100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수익이 늘어나는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카드사의 총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0.0%, 2015년 22.3%, 2016년 24.2%, 2017년 25.8%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내년 1월까지 카드상품의 출시 시점과 소비자 이용 기간, 카드사의 손실 등을 고려한 부가 서비스 축소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카드사들이 정부의 주문대로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우선해서 손을 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회성 마케팅은 졸업·입학 시즌이나 겨울·여름철, 설·추석과 같은 연휴 등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무이자 할부, 포인트 추가 적립, 추가 할인 등 혜택을 주는 마케팅을 말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혜택을 누리려고 카드를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기에, 카드사들은 신규 가입자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회성 마케팅을 벌여왔다. 금융당국은 이런 일회성 마케팅이 기존 카드상품 약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서비스로,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과도하게 쓰는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불어 카드사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담은 '킬러 카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그간 카드사들은 새로운 카드상품을 내놓을 때 당연히 '흑자 상품'이라고 금융당국에 신고하지만 시장점유율 확대와 같은 카드사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과도하게' 넣는 경우가 있어왔다. 카드상품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해당 카드 고객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 대출 분야에서 적자를 만회해 전체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카드사가 새 카드상품의 수익을 분석할 때 해당 상품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수익과 비용만을 계산하도록 해 과도한 부가서비스의 탑재를 자제시키겠다고 금융당국이 공언한 바, 그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킬러 카드'는 점차 시장에서 퇴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기존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도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특정 상품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해당 상품을 유지해야 했다. 카드사는 카드상품을 출시한 후 3년간 해당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후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축소할 수 있다. 의무 유지 기간이 종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2016년 이후 당국이 약관변경을 승인해준 사례가 없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종합개편방안을 내놓으면서 부가서비스의 단계적 축소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예를 들어 항공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 공항 VIP 라운지 무료 이용, 레스토랑 무료 이용 등 금융당국이 '비효율적인' 부가서비스 사례로 꼽은 혜택들이 먼저 축소되거나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선 부가서비스를 대폭으로 줄이거나 연회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카드상품이 서로 비슷해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카드상품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디지털 서비스의 차별화 등으로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