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 지명의 명예를 위한 선택, 과연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까.
남자농구 대표팀의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홈 2연전이 끝났다.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는 6일 재개된다.
그 사이 신인 드래프트가 열려 각 팀들이 젊은 피를 수혈했다. 그리고 부산 KT 소닉붐과 안양 KGC가 깜짝 트레이드를 해 많은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드래프트가 끝남과 동시에 박지훈↔한희원-김윤태 1대2 트레이드 사실이 발표됐다. KT가 KGC에 박지훈을 보내고, KGC에서 두 선수를 영입했다.
KT가 드래프트 전제 1순위 지명권을 얻고, 1순위가 유력했던 변준형을 대신해 박준영을 뽑을 때부터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후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졌을 때, 두 구단 사이에 암묵적인 합의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지훈은 가드, 한희원은 포워드로 포지션이 다르지만 두 사람의 가치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봤을 때 KGC가 김윤태까지 얹어주며 손해볼 장사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KT는 포스트 자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박준영을 선택했지만, 변준형을 뽑고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써 즉시 전력감의 빅맨을 뽑는 게 나을 수 있었다. 그리고 KT는 김현민, 김민욱, 이정제 등 타 팀에 비해 토종 센터진이 풍부하다. 하지만 변준형을 뽑지 않은 속사정이 있었다.
KGC는 가드난을 겪고 있었다.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는데, KT가 1순위로 변준형을 찍어버리면 그를 데려올 수 없었다. KBL은 지난해부터 지명 순번 추첨과 드래프트를 따로 진행했다. 미국프농구처럼 지명 순번을 추첨한 후, 이해 관계가 맞는 팀끼리 지명권 교환을 하게끔 해 흥행 요소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 그렇게 KGC가 선수를 주며 KT에 드래프트 순번을 바꾸자고 하면 될 일이었다. 제도 도입 이후 최초의 사례가 되며 화젯거리가 될 수 있었다.
KGC가 KT에 지명권 거래 시도를 했다. 가드가 많은 KT도 변준형에 대한 미련이 크지 않았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지명권을 내주면 됐다. 하지만 전체 1순위 명예가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 만약, 지명권 트레이드를 하면 변준형의 모교 동국대가 전체 1순위 배출을 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문제는 어차피 고려대 출신 박준영을 데려와야 하는 KT 서동철 감독의 머리가 아파진 것. 서 감독은 고려대 출신으로 KT 감독으로 오기 직전까지 고려대 감독으로 일했다. 자신의 제자가 1순위로 뽑히며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하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양 구단은 선수 선발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를 하고, 지명권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트레이드 논의가 복잡해지며 문제의 박지훈이 포함되고 말았다. 만약, 지명권 교환을 했다면 KGC는 변준형을 얻는 조건으로 선수 1명을 KT에 넘기고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트레이드가 조율됐고, 지명일 아침까지 양측이 긴박하게 작업을 했다. 결국 KGC가 원하던 박지훈이 이적을 하게 됐는데, 하필 박지훈이 브레이크 전까지 엄청난 활약을 펼쳐 KT가 팬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됐다.
당장은 KGC가 유리한 거래를 한 것처럼 보인다. 부족한 가드 자원을 한꺼번에 2명이나 얻었다. 한희원의 빈자리는 문성곤이 곧 상무에서 전역하며 돌아온다.
물론, KT로 넘어간 한희원과 김윤태가 엄청난 활약을 해줄 수 있다. 또, 신인 선수들이 당장 어떤 실력을 갖췄을 지도 봐야 이번 트레이드의 승패가 갈린다. 아직 KT가 패자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1순위 지명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이번 트레이드를 지배했는데 과연 이 트레이드는 훗날 누구를 승자로 만들어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