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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운명과분노' 이민정X소이현, 누군가의 아내 아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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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민정과 소이현이 파격적인 연기변신으로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궜다.

1일 첫 방송된 SBS 새 주말극 '운명과 분노'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과 혼수상태인 언니의 병간호로 지친 구두 디자이너 구해라(이민정)의 곤궁한 삶과 재벌 2세 태인준(주상욱)과의 운명적 만남이 그려졌다.

구해라는 얼떨결에 이탈리아 가죽 회사 유니온 레더 사장 통역을 맡게 됐다. 그리고 유니온레더와의 계약 때문에 달려온 태인준을 우연히 돕게 되면서 그의 호감을 샀다. 골드 제화와 센탄 백화점의 콜라보레이션 런칭 파티 도중, 음향기기 사고로 파티 분위기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멋지게 노래를 불러 센탄 회장의 심기를 태인준(주상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반전시키며 인준을 다시 한 번 위기에서 구했다. 센탄 회장은 구해라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하고 구해라는 센탄 회장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일부러 "헬기를 타고 불꽃 놀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회장은 이를 수락했고, 구해라와 태인준은 아름다운 밤 부산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불꽃 놀이를 함께 구경했다. 계속되는 고마운 인연에 구해라에 대한 주상욱의 호감은 커져만 가고, 헬기 속 아름다운 구해라의 자태에 주상욱은 마음까지 빼앗겼다.

그러나 인준의 정략결혼 상대인 차수현(소이현)이 '자신의 드레스를 훔쳐 입었다'며 헬기장에 나타나 구해라의 뺨을 때리고 드레스를 찢으면서 로맨틱한 분위기는 살벌하게 급변했다. 차수현이 예약해 둔 것을 모르고, 의상실에서 일하는 구해라의 친구가 붉은 드레스를 구해라에게 몰래 빌려줬고, 뒤늦게 차수현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찾으면서 이 사실이 발각됐다.

모욕을 당한 구해라는 굽이 부러진 구두를 들고 찢어진 드레스의 속옷만 입은 채 빗속을 처참하게 걸어가고, 태인준은 이런 구해라를 쫓아와 웃옷을 벗어주며, 아픈 눈으로 바라봤다.

이날 방송은 5.3% 6.2% 7.2% 7.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호소력 짙은 OST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을 보태며 강렬한 몰입감을 자랑하는 격정 멜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민정과 소이현의 변신이었다. 이민정은 2003년 데뷔 이래 '꽃보다 남자' '그대 웃어요' '빅'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로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병헌의 아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던 상황이다. 소이현도 마찬가지. 연기 경력은 오래됐지만 최근 SBS '너는 내운명-동상이몽2'에 인교진과 함께 출연한 탓에 배우보다는 '쿨하고 사랑스러운 아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만큼 이들이 '격정 멜로'를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민정과 소이현은 예측하지 못했던 파격변신으로 시청자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안기는데 성공했다.

먼저 이민정은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기대를 높였다. 맨발에 속옷 바람으로 비를 맞고, 사채업자들에게 얻어맞는 등 온갖 수난을 겪어낸데 이어 유창한 이탈리아어 연기에 노래 실력까지 뽐내며 그동안의 노력을 짐작케 했다. 그간의 풍파를 겪어낸 덕인지 감정 연기는 한층 깊어졌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당당하게 인생을 걸어나가지만 때때로 아버지와 언니에 대한 생각에 눈물 짓는 여린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을 높였다. 또 주상욱과의 만남에 설레고 들뜬,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앞으로 펼쳐질 격정 멜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소이현은 생각지도 못한 에너지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구해라에 대한 태인준의 호의가 계속되자 분노하며 구해라가 입고 있는 명품 드레스를 찢어 버리고 뺨을 때리고 "쓰레기 인생"이라며 구해라를 짓밟는 모습은 그동안 소이현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 흥미를 더했다. 생긋 웃어 보이다가도 얼음장 같이 차가워지는 눈빛 연기, 분노하면서도 여유와 위엄을 잃지 않는 내공은 앞으로 차수현과 구해라의 갈등과 관계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이민정과 소이현은 첫 방송부터 화끈한 연기 변신으로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들이 펼쳐낼 격정멜로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