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개봉 하자마자 무서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 '구멍' 없는 '국가부도의 날'의 호평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영화사 집 제작)이 대한민국에 '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가볍게 누르고 개봉 이틀만에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인 28일에는 30만1168명을 동원, 11월 한국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던 영화 '내부자들'(개봉 첫날 23만949명/최종 707만2021명)은 물론 11월 역대 최고 흥행작인 '인터스텔라'(개봉 첫날 22만7025명/최종 1027만5484명)의 개봉 첫날 스코어를 압도적 격차로 훌쩍 뛰어넘은 바 있다.
'국가부도의 날'은 지난 19일 진행된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지며 일찌감치 영화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국가부도의 상황을 예견하고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을 중심으로 당시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신선한 구성을 통해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내재된 1997년을 새롭게 끄집어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고용불안,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의 시발점이 된 1997년의 모습을 통해 2018년 현재에도 유효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며 동시대적 공감대까지 자극했다.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눈부시게 빛났다. 사실상 영화의 원톱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김혜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아 감정이 아닌 이성을 먼저 내세우는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강한 신념과 소신을 지닌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면모부터 계속된 갈등에도 흔들림이 없는 돌파력, 위기 상황일수록 원칙을 지키려는 굳은 신념을 지닌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김혜수는 전문 용어가 가득한 방대한 양의 대사는 물론, 복잡한 경제 용어가 포험된 영어 대사까지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김혜수가 영화를 이끈다면, 나머지 배우들은 영화의 무게를 단단히 받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시나리오가 넘치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영화의 매력과 힘에 이끌려 '국가부도의 날'을 택한 유아인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뜨거운 에너지와 섬세한 캐릭터 분석력으로 매 작품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온 유아인은 기회주의자로서의 뜨거운 욕망부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숨길 수 없는 인간애까지,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생생하게 소화해냈다.IMF로 인해 휘청이게 되는 보통의 시민들을 대표한 갑수 역을 맡은 허준호는 그동안의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복잡한 경제 상황들과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영화에서 허준호는 평범한 소시민의 정감 넘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대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김혜수가 "천재 연기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조우진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매 작품 놀라운 캐릭터 변신을 선보이며 충무로에서 가장 믿음직한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매번 관객들에게 최고의 연기를 선사해온 조우진은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놀라운 캐릭터 소화 능력을 보여준다. 경제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발빠르게 IMF와 협상을 추진하려는 인물을 통해 권력을 앞세운 위력, 상대를 몰아붙이는 날카로움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극의 강력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한편,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스플릿'(2016)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국가부도의 날'에는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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