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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뛰는데 '잘'뛰는 김영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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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한국축구의 가장 큰 고민은 '못 뛰는 해외파'였다.

한국축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며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는 매년 늘었다.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액을 받고 해외로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들 해외파 중 일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 속 도태되거나, 아님 규정 문제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한국 대표팀은 이들 뛰지 못하는 해외파의 발탁을 두고 매년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끝내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겠다"고 한 홍 전무는 당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박주영(서울)을 중용했다. 팬, 언론의 비판 속에서도 박주영 카드를 밀어붙였지만, 박주영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홍 전무도 불명예 퇴진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신태용 감독도 이청용(보훔)을 선발해 논란을 낳았다.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를 뽑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의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다.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는 꾸준히 나서는 선수 보다 경기력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통념과 반대되는 '미스테리'한 선수가 있다. 김영권(광저우 헝다)이다.

김영권은 올 시즌 광저우 헝다 소속으로 단 13경기만을 소화했다. 중국 슈퍼리그가 아시아쿼터를 폐지하며 팀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유럽 진출을 추진했지만 광저우 헝다 측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며, 김영권은 올 시즌 후반기에는 단 한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같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김영권을 꾸준히 소집했다. 아예 수비의 핵심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에 김영권은 똑 부러지는 활약으로 화답하고 있다. 요즘 김영권을 보면 경기력에 물이 올랐다고 할 만 하다. 극찬을 받았던 러시아월드컵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다. 특유의 스피드와 안정감 있는 볼처리는 여전하고, 예전에 있던 잔 실수마저 사라졌다. 10월 우루과이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집중력 결여가 아닌 불운한 실수였다. 김영권은 벤투호가 치른 6경기에 모두 나서 팀의 수비를 이끌고 있다.

김영권은 소속팀에서 경기만 나서지 못할 뿐, 평소보다 더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전부터 실시했던 개인 트레이닝의 강도를 높였다. 1군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뒤, 1군이 경기를 위해 이동할 때는 2군으로 내려가 게임을 뛴다. 이를 통해 경기 감각을 회복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 트레이닝에 힘을 쏟는다. 트레이너로부터 받은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오랜 개인 훈련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접목시켜 만든 김영권만의 훈련 프로그램이다. 김영권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물론 경기 체력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권은 호주전을 치르면서 상당한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 김영권 측 관계자는 "영권이가 호주전을 뛰는 도중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게 경기체력이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라. 죽을 힘을 다 해서 뛰었고, 다행히 우즈벡전에서는 나아졌다고 하더라"고 했다. 호주전 이후 이적에 대한 생각이 더욱 커졌다. 벤투 감독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권 측 관계자는 "우즈벡전 이후 벤투 감독이 고참 선수들을 불러 미팅을 했다. 영권이도 참석했다. 벤투 감독이 '네가 그간 쌓아놓은게 있으니까 2~3달 정도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더 길어지면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더라. 영권이도 동의했다"고 했다.

김영권은 실제 이적을 추진 중이다. 중국 슈퍼리그가 새로운 외국인선수 제도를 아직 발표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러브콜도 있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김영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관심을 보이는 클럽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