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27·FC도쿄)는 한국 축구를 이끌던 핵심 멀티 플레이어였다. A대표팀 감독이 바뀌어도 태극마크를 계속 달던 선수였다. 그는 성실함과 멀티 능력을 갖춘 지도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유형의 선수였다. 그러나 11월 A매치부터 영원히 볼 수 없게 됐다. '병역비리'로 영구제명됐다.
이번 호주 원정부터 장현수의 공백을 누가 메우느냐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지난 17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파트너로 '괴물' 김민재(전북)를 선택했다. 이날 결과는 1대1 무승부였지만, 김민재는 후반 40분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과 교체되기 전까지 무실점으로 호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돋보였던 건 역시 자로 잰 듯한 롱킥과 빌드업 능력이었다. 전반 22분이었다. 골키퍼 김승규에게 패스를 받은 김민재는 호주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이 들어오자 지체 없이 상대 중앙 수비수 뒷 공간을 향해 왼발 롱패스를 배달했다. 빠르게 돌파한 황의조는 '원샷원킬' 능력을 폭발시켜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민재는 전략을 제대로 수행했다. 호주 중앙 수비수 트렌트 세인즈버리와 마크 밀리건의 발이 느리다는 분석과 상대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짧은 빌드업 대신 롱킥을 택한 벤투 감독의 전략을 이행해 득점까지 연결시켰다. 벤투호의 또 다른 득점루트 생산에 출발점이 된 그였다.
롱패스만 한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빌드업의 초석이 됐다. 호주가 전반에 효과적으로 전방압박을 펼치면서 태극전사들은 벤투 감독이 원하는 빌드업에 애를 먹었다. 그럴 때마다 김민재는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전방패스를 통해 호주의 조직력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했다. 무모함은 없었다. 백 패스가 늘어났지만 기본 전술을 지켜나가기 위해 수문장 김승규에게 패스해 다시 빌드업을 시도했다.
피지컬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1m89, 88㎏의 유럽형 체격조건을 갖춘 김민재는 최전방 공격수 제이미 맥클라렌과 공격형 미드필더 톰 로지치의 쇄도를 막아 세웠다.
특히 김민재의 공격수 못지 않은 스피드는 벤투호 수비라인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됐다. 벤투호가 치른 5경기에서 4경기에 출전한 김민재의 커버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파트너 김영권과 장현수가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할 수 있게 만든 열쇠였다.
김민재는 다음달 중순부터 중국 톈진 취안젠의 지휘봉을 잡게 될 최강희 감독 영입리스트 1순위에 올라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면제까지 이룬 만큼 높은 연봉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는 중국에 모여있는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막아내면서 안주가 아닌 발전을 통해 한국 축구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의 나이는 이제 스물 두 살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