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초보 감독이지만, 다른 초보 감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취임식에서 보여줬다.
KT 위즈 이강철 신임 감독(52)은 당차게 가을야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 감독이 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감독이 된 모든 지도자들은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취임식에서 "우리 팀이 잘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 감독 역시 "가을야구에 가겠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거기서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팬들의 열정적인 성원에도 꼭 보답하고 싶다. 그 보답은 가을야구 뿐이다"고 강조했다.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해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올해는 9위에 그쳤다. 사실상 4년 연속 꼴찌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팀이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단숨에 중위권 싸움을 하기는 힘들다. 이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밖에서 봤을 때)KT는 젊고 파워가 넘치는 팀이었다. 시즌 초반 좋았던 분위기를 어떻게 마지막까지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 보강의 가장 빠른 길인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숭용 단장이 "박경수, 금민철 등 내부 FA 잔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그 다음은 감독님과 상의를 해 방향을 잘 잡겠다"고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 이 감독이 곧바로 "내부 FA 잔류는 중요하다. 그리고 외부 FA보다는 현재 팀 구성원들의 강점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잡아주시면 고맙겠지만, 나는 도전해서 새롭게 만드는 걸 꿈꾼다. 그게 나와 KT가 잘 맞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외부 FA 영입은 없다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공표한 것이다.
보통 새 감독이 부임하면 구단은 취임 선물(?)로 FA를 잡아주곤 하는데, 이 감독은 이에 대해 "FA 선물은 괜찮다. 감독직이 나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런 말들이 생각 없이 쉽게 내뱉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가 되면 모두가 감독이 되는 꿈을 꾼다. 나도 많이 생각해왔다. 준비도 됐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성취감과 허무함이 동시에 몰려오더라. 그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이, 너무 쉽게 다가온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그 뒤로는 설레는 마음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 마지막 꿈이 이뤄졌기에 기분이 좋다. 더 큰 꿈을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감독은 2005년 KIA 타이거즈 2군 투수코치로 시작해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를 거치면서 1군 투수코치-수석코치-2군 감독으로 일했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