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송승헌을 만났다.
송승헌은 지난 1995년 청바지 브랜드 스톰의 광고모델로 데뷔했고 다음해 MBC 인기 시트콤인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2000년 KBS2 드라마 '가을동화'로 스타반열에 올랐으며 한류스타로 자리잡았다. 또 2003년 KBS2 '여름향기'에서 손예진과 호흡을 맞췄고 2008년에는 대작 드라마인 MBC '에덴의 동쪽'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2011년에는 MBC '마이프린세스', 2012년에는 MBC '닥터진', 그리고 2013년 '남자가 사랑할 때'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연기에 매진했던 바 있다. 지난 2017년에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OCN '블랙'으로 열일했다.
영화에서도 활약했다. 송승헌은 지난 1999년 영화 '카라'를 시작으로 2002년 '일단 뛰어', '버추얼 웨폰', 그리고 2004년 '빙우', '그놈은 멋있었다'에서 활약했고, 2008년 '숙명' 2010년 '무적자', '고스트 : 보이지 않는 사랑' 등에 출연했다. 지난 2014년에는 영화 '인간중독'으로 화제를 모았다. 2015년 '미쓰와이프'와 '제3의 사랑' 등에 출연해 열일을 했으며 2016년에는 '대폭격'과 2017년 '대장 김창수'로 영화에서의 활약도 이어갔다.
송승헌은 최근 종영한 OCN '플레이어'에서 키플레이어인 장하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일명 '본투비 사기캐'로 불리던 장하리는 수려한 외모와 재치 있는 언변, 그리고 여심을 끌어당기는 세련된 스타일을 소유한 리얼 사기캐로, 검사의 아들로 태어나 0.1%의 수재로 인정받으며 살았던 인물.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 이후 거짓으로 둘러싸인 180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되며 플레이어들을 모으로 비상한 두뇌로 판을 짜 가진 놈들의 뒤통수를 쳤다.
송승헌은 차기작을 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톱배우의 복귀 치고는 빠른 편. 송승헌은 "개인적으로 배우가 신비주의를 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다. 할 때마다 대박을 내면 좋지만 그게 쉬운 것도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작품인데 그게 많은 사랑을 받고 히트를 치는 작품이든 아니든 결국 남는 게 작품인데 어떤 선배가 배우들이 작품을 너무 안한다고 하더라. 주는 건 많이 하고 그중에 성공하는 것도 있을 거다. 작품을 오래 쉬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20대와 30대의 송승헌은 연기도 몰랐고 준비하던 친구도 아니라 연기를 하는 게 힘들고 재미가 없었다. 일이었다. 어느 날 제가 갑자기 방송국에서 오라고 해서 가서 연기하니까 19년이 지나가더라. 이렇게 하는 건가 보네 이러고 연기를 했지 사실 재밌지는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평가도 좋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서른이 넘어서 한 계기가 된 것이 어떤 팬이 준 팬레터였던 거 같다. 사실 내용이 다 똑같지 않나. 오빠 좋아해요, 수고했어요, 잘보고있어요. 그런데 유독 그분은 당신 때문에 작품이 좋다 등 다 비슷한 내용인데 마지막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당신 자신에게도 감사하며 살라'는 내용인데 그 한 마디가 굉장히 와닿았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돈을 벌고 일로만 생각했던 내 직업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최선을 다하고 대충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는 연기를 할 때 조금 더 대본을 숙지하려고 하고,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하고 재미를 붙이려고 하다 보니까 솔직히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 최근 3~4년 전이다. 연기적 욕심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또 송승헌은 "그렇더라.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야지 어쩔 수 없더라.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낀 것은 최근이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또 하고 싶다. 배우라는 것이 사실 이 작품이 흥행 안될 것을 알면서도 이 작품의 어떤 대사에 상황에 꽂혀서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작품을 결정하는 것이 여러 이유가 있는데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거 같다. 많은 캐릭터와 작품을 해보고 싶다. '미션임파서블' 같은 거 보면 톰크루즈가 뛰어다니는데 어느날 보고 그분의 나이를 보니까 저보다 열 다섯 살이 많더라. '와 진짜 대단하구나' '저 사람처럼 멋지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송승헌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내 자신,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려고 해싸면 '인간중독' 같은 작품에서 20대 송승헌이라면 아마 못했을 거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에 대한 전작도 신뢰가 있었고 작품이 가진 것이 어찌 보면 불륜인데도 되게 이 친구가 가진 정서나 그런 것들이 가슴이 아프고, 노출도 있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시도를 하다 보니까 정말로 다음 작품을 택하기는 더 쉬워지고 캐릭터를 선택함에 있어서. '인간중독'이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송승헌은 결국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배우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고 노력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지만 모든 친구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는 거 같더라. 열심히 한다고 백점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는 복받은 사람이다. 제가 가진 능력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준비를 하거나, 아는 지인들의 조카들이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고 오더라.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추천을 하지 않았다. 이쪽이 불확실한 곳이고 안되는 곳이 많이 때문에. 시도도 중요하지만 너무나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도 사실은 그런 곳인줄 모르고 시작했다. 어리다 보니 패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곳이라서 누구를 추천하거나 그러지를 못할 거 같더라. 그래서 저는 이 직업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연기는 그에게 '못 보겠는' 포인트. 송승헌은 "과거 연기를 못보겠더라. 채널도 돌리고 싶고 그랬다. 욕먹을 만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그때는 풋풋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예전보다는, 20대 송승헌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다. 사실 그때는 현장도 열악했고 웃음도 없었다. 내가 힘들어서 못하겠는데 내일 방송이 펑크가 나니 안 하면 어쩌나 생각이 돼서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요즘은 사전제작도 많아져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거 같아서 좋더라. 요즘은 더 여유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는 마지막까지 유쾌하고 통쾌한 응징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지난 11일 종영했다. 이날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5.8% 최고 6.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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