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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 죽어도 싫다"는 아가메즈와의 교감, 신영철 감독은 이기는 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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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출신 리버맨 아가메즈(33·우리카드)의 성격은 다혈질이다. 2013~2014시즌 현대캐피탈 소속 당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참지 못하는 화를 드러내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4년 뒤 V리그를 다시 밟은 아가메즈는 180도 변해서 돌아왔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과의 '승부사'적 교감을 이루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아가메즈의 한 마디에 신 감독은 "나도 (지는 것을) 싫어한다. 다만 네가 해줘야 할 몫을 해줘야 이길 수 있다"며 책임감을 주문했다. 아가메즈는 신 감독의 프로페셔널한 철학에 100% 공감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아가메즈는 8경기를 치른 현재 득점(246점)과 오픈 공격(56.35%)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아가메즈는 지난 12일 한국전력전에서도 양팀 최다인 26득점을 폭발시키며 팀의 세트스코어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아가메즈는 자타공인 우리카드의 에이스이지만 '조력자'를 자청한다. 그는 "난 항상 동료를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 뿐만 아니라 나이 많은 선수라도 도와주고 싶다. 그걸 통해 우리 팀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가메즈에게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는 주전 리베로 이상욱(23)이다. 아가메즈는 "이상욱은 잠재력이 큰 선수라 더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쪽 같은 성격은 여전했다. 아가메즈는 "내가 조언해도 들을 생각이 없는 선수는 거기(내가 도와주고 싶은 선수)에서 제외한다"고 잘라 말했다.

아가메즈에게 책임감과 권한을 부여한 건 신 감독의 탁월한 전략이다. 우리카드는 서브 리시브가 불안해 언제든지 기복 있는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가메즈의 출중한 해결능력이 필요했다. 특히 시즌 초반 팀이 조직적으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아가메즈의 다혈질 성격도 자제시켜야 했다. 신 감독은 아가메즈와의 심리적 밀당(밀고 당기기)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위와 권위를 앞세우지 않았다. 아가메즈의 자부심을 인정하고 높여주는 방식으로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V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신 감독은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신 감독과 아가메즈는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반전의 시작은 4라운드로 잡고 있다. 신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아직 경기력은 30점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 60~70점까지 올라오면 재미있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3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3위와의 격차를 좁히면 4라운드부터 재미있는 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서브 리시브다. 이것만 버텨주면 재욱이의 색다른 토스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가메즈 역시 "4라운드를 넘어가면 팀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 정상과 가까워질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