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22)가 조금씩 대학생 티를 벗고, 프로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8년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마지막 순위로 어나이의 이름을 호명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어나이는 유타대 시절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프로 경력이 없는 선수였다. IBK기업은행 입단은 어나이의 프로 첫걸음을 의미했다.
지금까지 성적만 본다면 이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어나이는 1라운드 5경기에서 146득점으로 활약했다. 새 리그에 적응하면서도 경기에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과정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이 감독은 "처음 프로로 오다 보니 직업관 자체가 없었다. 그걸 바꾸려고 했다. 혼도 많이 났다"고 했다. 어나이는 수차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쉽지 않은 프로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어나이를 8일 용인 기흥구 IBK기업은행 연수원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약 3개월을 지낸 어나이는 "1개월 넘게 외국에서 지내는 건 처음이다. 스케줄을 따르는 것도 그렇고, 환경적으로 적응이 돼서 한국 생활은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나이의 집안은 스포츠 가족이다. 아버지와 조부는 농구 선수 경력이 있고, 친언니 역시 독일에서 프로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성장한 환경 자체가 스포츠에 특화돼있었다. 어나이는 "우리 집안은 대가족이다. 살았던 동네가 조용하고, 공원처럼 넓은 공간이 많았다. 형제들과 밖에서 놀면서 자라왔다. 축구, 농구, 테니스 등 여러 스포츠를 접했다. 고등학교 때도 각종 클럽에서 여러 스포츠를 하느라 저녁 9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자연스럽게 농구를 시작했던 어나이는 14세부터 배구 선수로 전향했다. 팔이 길고 배구를 하기 좋은 신체 조건이라는 코치의 조언 덕분이었다. 어나이는 "공을 마음껏 세게 때릴 수 있는 점에서 배구의 매력을 느꼈다. 농구는 슛을 쏠 때도 디테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배구는 얼마든지 세게 때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어려운 종목이다 보니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자존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동안 즐기는 스포츠였다면, 이제 프로 선수로 책임감을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 어나이는 "기술적으로 배구는 똑같다. 처음에는 코칭 스타일이 달라서 힘들었지만, 적응하려고 했다. 또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듯이, 나도 프로 선수라는 걸 스스로 주입하려고 했다. 하나의 직업이고, 그에 걸맞은 돈도 받고 있다. 프로 선수로 마인드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고, 체력 관리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다. 어나이는 "훈련이 힘들어도 지금 당장만 생각하지 않는다. 추후에 우리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겨내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 스태프들 모두 같이 힘든 것이고 노력하고 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 감독은 "어나이가 100% 힘으로 공을 때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나이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힘이 있어서 공을 많이 때릴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계속 붙어 있어서 몸이 힘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하고 훈련해야 하는지, 또 관리하는 부분에서 노력하려고 한다. 이 또한 프로에 대한 적응의 과정"이라고 했다.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친척들은 어나이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어나이는 "처음에 남자친구가 왔고, 1~2주 후에는 엄마가 왔다. 또 이번에는 고모를 비롯해 사촌들이 왔다 가셨다. 내일은 아빠가 온다"면서 "엄마와 아빠 모두 7형제시다. 점점 대가족이 되고 있는데, 한국에 와서 힘을 주고 나를 도와주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용인=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