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인천 문학 종합 경기장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렀다. 총 2만5천 석이 준비된 야구장은 잔여 입장권이 9천7백 장 남았고 KBO가 경기 당일 현장 판매를 통해 3천2백여 장을 판매하면서 최종 관중 수는 1만8천562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로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인천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이 각각 2만4천219명, 2만3천642명, 고척에서 열린 3차전과 4차전이 각각 1만3천839명, 1만1천681명을 기록하고 5차전까지 만석(滿席)이 되지 못해 2002년 이후 16년 만에 전 경기 매진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 다음 날인 11월 3일 야구장 바로 옆 주 경기장에서는 유럽 팀 '프나틱(Fnatic)'과 중국 팀 '인빅터스 게이밍(Invictus Gaming, 이하 IG)'이 맞붙은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결승전이 열렸다. 한국 팀이 모두 탈락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준비된 2만6천 석이 매진됐다.
'2018 롤드컵'은 올해 10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렸다. 그중 10월 1일~7일까지 진행된 '플레이-인 스테이지' 유료 티켓 2천4백 장은 판매 1시간 만에 매진됐고, 10월 20일~21일까지 열린 8강전 4천 석, 10월 27일~28일까지 열린 4강전 9천 석에 이어 11월 3일 결승전 2만6천 석까지 모두 매진됐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이전 '롤드컵' 성적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리그인 'LCK'를 제외하고 'LPL(중국)', 'EU LCS(유럽)', 'NA LCS(북미)', 'LMS(대만, 홍콩, 마카오)' 등 4개 리그 시드권 보유 팀 중 가장 낮은 3시드 팀과 'TCL(터키)', 'LCL(독립국가연합)', 'LLN(중미)', 'CLS(남미)', 'LJL(일본)', 'CBLOL(브라질)', 'OPL(오세아니아)', 'SEA(동남아시아)' 종합 포인트 1위 팀이 진출했다.
이렇게 구조상 한국 팀이 없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였지만, 유료 티켓 2,400 장이 1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과시했다. 게다가 이번 '롤드컵'은 8강전에서 한국 팀이 모두 탈락하고 4강전에 유럽 '프나틱', 'G2 e스포츠(G2)', 북미 '클라우드9(C9)', 중국 'IG'가 진출해 '주인 없는 잔치'가 됐지만, 9천 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밖에도 '롤드컵'은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3 롤드컵' 결승전 1만1천 석, '2016 롤드컵' 결승전 1만5천 석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롤드컵' 결승전 4만 석,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7 롤드컵' 결승전 4만 석도 매진된 바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진행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은 전 세계 프로팀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로, 매해 그에 맞는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e스포츠 대회에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모이면서, e스포츠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 '푸대접' 속 잃어버린 e스포츠 종주국 자리
게임 전문 조사 기업 뉴주(NEWZOO)에 따르면 전 세계 e스포츠 산업은 지난 5년간 매년 28%씩 성장했다. 2017년 6억5천500만 달러(약 7천322억 원)에 이어 2018년에는 9억 달러(약 1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처음으로 시범 종목으로 선정됐다. '스타크래프트 2', '리그 오브 레전드', '아레나 오브 발러(펜타스톰)', '프로 에볼루션 사커 2018', '클래시 로얄', '하스스톤' 등 6가지 종목으로 구성된 e스포츠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은메달을 1개씩 따면서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은 지켰다.
그런데 총 메달 수를 보면 중국 금 2개, 은 2개, 인도네시아 금 1개, 은 1개, 일본과 홍콩 금 1개, 중화 타이베이 은 2개, 동 1개, 이란과 인도 은 1개, 베트남 동 4개로 e스포츠 후발 주자들이 바짝 따라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에 이기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한국에 승리하면서 금메달을 땄다. 이는 e스포츠 산업 성장과 관련이 깊은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열고, 대학과 협업해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e스포츠 산업 14%를 차지하면서 38%를 차지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e스포츠 열성 유저 수 1억2천500만 명, 2018년 매출 1억6천400만 달러(약 1천834억 원)이 전망될 정도로 강대국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 세계 e스포츠 산업에서 7% 정도인 4천620만 달러(약 516억 원)를 벌었고 e스포츠 열성 유저 수는 450만 명 규모로 집계됐다. 규모로 봤을 때 북미나 중국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데, e스포츠와 함께 e스포츠 산업 근간인 게임 산업이 정부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는 이제 'e스포츠 종주국'을 자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런 '푸대접'은 여실히 드러났다.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일 뿐이다"라는 발언도 나왔고, 게임을 카지노, 경마 등 도박과 같은 사행 산업으로 규정하면서 '사행성' 테두리로 묶으려는 시도와 함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배경으로 '게임 중독'이 지목되기도 했다. 또한, 정부 예산 19억 원을 들여 조성된 'e스포츠 명예의 전당'도 선수, 팀 이름 및 영문 표기가 틀린 부분이 14건 이상 적발돼 개관 두 달여 만에 리모델링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분석한 '2018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조9천억 원(7.7%) 증가한 55조 원으로, 1년 사이에 49.1%가 성장한 게임 산업이 전체 매출 19.4%를 차지하면서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효자 산업인 게임은 여전히 '도박'과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고, e스포츠도 마찬가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롤드컵' 우승을 계속 이어오던 우리나라는 올해 4강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아시안 게임'에서도 정부 지원이 막대한 중국에 패배했고 '롤드컵' 우승도 내줬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