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가장 믿었던 조쉬 린드블럼이 패전 투수가 됐다.
린드블럼은 지난 4일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린드블럼의 1차전 선발 등판은 일찍부터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1선발로 팀의 선발진을 책임져준 투수기 때문이다. 승수는 다승왕(18승)인 세스 후랭코프가 더 많을지 몰라도, 올 시즌 보여준 린드블럼의 안정감은 대단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을 때에도 좋은 투수였지만, 투수친화형 잠실구장에서 두산 야수들의 수비 지원을 받는 린드블럼은 훨씬 압도적이었다. 21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3자책 이하)로 리그 1위. 등판 때마다 안정적인 호투를 펼치며 리그 최정상 투수 중 한명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첫 한국시리즈를 치른 린드블럼은 1차전에서 6⅓이닝 6안타(2홈런) 4탈삼진 2볼넷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팀도 3대7로 완패했다. 가장 믿는 투수가 등판한 경기였기 때문에 1차전 승리에 대한 확신이 컸다. 두산 그리고 린드블럼도 1차전 패배에 대한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SK 입장에서는 린드블럼이 등판한 원정 경기를 잡았기 때문에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구위가 떨어지거나, 힘이 없어서 결과가 안좋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보여준 린드블럼의 구위는 최고였다. 마운드에서 가까운 더그아웃에서 야구를 본 구단 관계자들과 코칭스태프는 "공은 정말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운이 없었다. 1회에 한동민에게 허용한 선제 투런 홈런과 6회 박정권에게 얻어맞은 투런 홈런이 치명적이었지만, 완벽한 실투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번 모두 타자들이 잘 쳤다. 한동민에게 던진 커터는 높거나 몰리지 않았는데, 타자의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박정권도 마찬가지. 살짝 가운데로 들어오는 직구를 앞에서 찍히는 느낌으로 타이밍이 정확히 맞으면서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 되고 말았다. 린드블럼 입장에서는 가장 뼈아픈 순간이다. 또 아무리 베테랑 투수라고 해도 한국시리즈는 처음인만큼 많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긴장이 한동민에게 홈런을 맞은 후에서야 풀렸다.
오히려 타격 폼에 변화를 준 것이 SK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홈런 2방을 맞은 장면을 빼놓고는 SK 타자들은 린드블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린드블럼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을 던질때 팔이 늦게 나오는 느낌을 받았고, 이 부분을 조절하기 위해 중심 이동시 충분히 시간을 갖기 위해 스트라이드를 하는 왼쪽 다리 키킹을 더디게 하는 변화를 택했다. SK 타자들은 익숙치 않은 린드블럼의 동작에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했다. 또 주자가 출루했을 때에는 예전처럼 키킹 없이 빠르게 공을 던졌다. 린드블럼의 변화 자체는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추이로 봤을 때, 한국시리즈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린드블럼은 5차전에 등판할 확률이 높다. 1차전의 아쉬움을 설욕할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