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두산 베어스 최주환이 한국시리즈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고 있다.
두산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패 후 1승을 잡았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7대3으로 완승을 거두며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2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타자는 단연 최주환이다. 김태형 감독은 이틀 연속 최주환을 6번-지명타자로 썼다. 정규 시즌에서 최주환은 주로 2번을 쳤고, 1번 혹은 3번타자로 번갈아 나오며 밥상을 차리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큰 경기를 앞두고 최주환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박건우-김재환-양의지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 바로 뒤에 최주환을 붙였다.
그리고 최주환은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펼쳤다.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0-2로 뒤진 3회말 2사 1,3루서 깨끗한 우전안타로 팀에 첫 득점을 선사한 최주환은 5회말 1사 만루서 바뀐 투수 산체스로부터역전 2타점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혼자 이날 팀이 올린 3점을 책임졌다.
2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2루서 장쾌한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4-0으로 앞서며 팀의 분위기를 급상승시켰다. 6회말 우전안타에 이어 8회말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추가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동안 5안타 6타점. 박건우 허경민 김재호 등 다른 주전 타자들이 주춤한 와중에도 최주환에게서 긴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주환은 2차전을 앞두고 "큰 경기라고 해도 위축되면 안된다. 빠른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2구 안에서 모두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는 결코 '반짝스타'가 아니다. 2006년 2차 6라운드에서 신인 지명을 받아 입단한 최주환은 10년이 넘는 무명, 백업 세월을 보냈다. 타격에 소질은 있지만 수비가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기가 힘들었다. 유독 야수 뎁스가 두꺼운 두산이라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주환은 완성형 선수로 매 시즌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데뷔 후 최다인 129경기 풀타임을 뛰었고, 펀치력을 갖춘 대타 자원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랜 백업 세월을 거쳐 쌓은 1루, 2루, 3루 수비 능력은 그를 '멀티맨'으로 발전하게 만들었다.
두산에서도 최주환은 가장 야구 욕심이 많은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비시즌이면 순발력 강화, 유연성 증진, 근육 증가 등 매년 뚜렷한 목표를 설정한 후 다음 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야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소신대로 줄줄 이야기가 막히지 않고 흘러나오는 선수다.
올 시즌 중반에는 스포츠탈장 증세로 통증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역시 버텨냈다. 최주환이 한국시리즈의 사나이로 거듭난 뒤에는 이런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