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한국축구 A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예상 보다 파격적이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수비수 장현수(FC도쿄) 제외는 일찌감치 결정된 사항이었다. 게다가 둘 뿐만 아니라 기성용(뉴캐슬)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이재성(홀슈타인 킬)까지 부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이번 11월 A매치에 뛸 대표팀 명단에 뉴 페이스 6명을 불렀다. 베테랑 미드필더 이청용(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수비수 권경원(톈진 취안젠)에다 '젊은피' 이유현(21·전남) 김정민(19·리퍼링) 나상호(22·광주)를 차출했다. 이유현 김정민 나상호는 A대표팀에 처음 뽑혔다.
벤투 감독이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1월 호주 원정 A매치에 뛸 태극전사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17일 호주와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친선 A매치를 갖는다. 대표팀은 12일 소집과 동시에 호주로 출국한다.
전력 누수가 제법 큰 벤투호는 이번 호주 원정에서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과 축구 철학을 그대로 유지한다. 동시에 팀의 주축 손흥민 기성용 장현수 이재성 등이 빠졌을 경우를 대비한 대안 실험을 한다.
8월 대한축구협회와 사령탑 계약을 한 벤투 감독은 9~10월 총 4차례 A매치를 했다. 2승2무로 무패행진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벤투호는 빠르게 팀 컬러를 보여주었다. 4-2-3-1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볼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무엇보다 좌우 풀백을 적극 활용했고, 후방 빌드업을 중시했다.
이번에 벤투호의 공격은 원톱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이끌게 된다. 그 좌우 경쟁은 치열하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와 소속팀 토트넘의 합의에 따라 이번에 소집할 수 없었다. 손흥민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차출하는 조건으로 11월 A매치에 부르지 않기로 했다. 이재성은 부상에서 막 회복한 점을 고려해 차출하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활약이 미미한 이승우까지 빠지면서 좌우 측면 공격은 포지션 경쟁이 치열해졌다. 기존 황희찬(함부르크) 문선민(인천)김승대(포항)에 새로 가세한 이청용 나상호(광주)까지 경합이 불가피하다. 벤투 감독은 "이청용은 최근 소속팀에서 활약이 좋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될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원의 가운데에선 정우영(알 사드)과 남태희(알 두하일)가 중심을 잡고, 제외된 기성용의 자리엔 구자철 황인범(대전) 등이 들어갈 수 있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을 배려 차원에서 이번에 소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기성용의 내년 1월 아시안컵 이후 국가대표 은퇴에 대해선 "(은퇴와 관련해)공감대를 형성한 건 없다. 기성용은 우리 팀에 중요한 일원"이라고 말했다.
포백 수비에선 기존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민재(전북)를 중심으로 좌우 풀백으로 홍 철(수원삼성) 박주호(울산) 이 용(전북)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승현(가시마) 박지수(경남) 김문환(부산) 등은 백업이다. 벤투호가 처음인 권경원 이유현은 얼마나 빨리 벤투호 스타일에 녹아들 지가 숙제다. 김영권의 중앙 수비 파트너였던 장현수를 대체할 선수로는 김민재가 가장 앞서 있다. 벤투 감독은 "축구협회 공정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따르고 받아들여야 한다. 장현수를 뺀 건 분명한 전력 손실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장현수가 없지만 우리는 기본 플레이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면서 "장현수의 남은 개인 커리어에 행운이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골키퍼는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로 변함이 없다.
벤투호는 이번 호주 원정에서 그동안 보여준 팀 플레이의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게 된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이번이 첫 원정 A매치다. 또 호주전과 우즈벡전 사이에 쉬는 시간이 72시간 뿐이다. 원정과 짧아진 휴식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태극전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축구회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