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결사의 차이였다.
우리카드는 4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23, )으로 이겼다. 지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잡으며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우리카드는 2연승에 성공했다. 개막 후 6연패에 빠진 한국전력은 1라운드에서 전패했다.
첫 승을 신고한 우리카드는 편한 분위기 속 경기에 나섰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확실히 편해졌다. 선수들이 이제 자신감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주전 세터 노재욱 대신 지난 시즌 신인왕 이호건을 넣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외국인선수 아텀의 부상으로 반전의 카드가 많지 않았다. 분명 분위기나 전력 상에서 우리카드 쪽으로 기우는 승부였다.
하지만 승부는 쉽게 갈리지 않았다. 레프트 나경복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19득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던 나경복은 이날 9득점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은 30%대에 머물렀다. 고비마다 센터 김시훈의 블로킹이 터지지 않았다면 우리카드는 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도 있었다. 한축이 무너진 우리카드의 유광우 세터가 올릴 수 있는 곳은 하나였다. '해결사' 아가메즈였다.
아가메즈는 이날 말그대로 원맨쇼를 펼쳤다. 1세트, 61.54%의 공격 점유율 속 10득점을 올렸던 아가메즈는 2세트 들어 거의 혼자서 공격을 주도했다. 11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이 무려 83.33%나 됐다. 유광우와의 호흡도 좋았다.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디그를 성공시켰다. 엄청난 타점과 파워는 비교불가였다. 때로는 강타로, 때로는 연타로 한국전력 수비를 흔들었다. 3세트에서도 공격을 폭발시킨 아가메즈는 이날 무려 34득점을 올렸다.
사실 아가메즈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함께 한국에 온 아들과 딸이 장염에 걸렸다. 간호하던 아가메즈도 장염으로 고생했다. 설상가상으로 4일 새벽 대상포진 증세까지 보였다. 병원에 갔다 온 결과 괜찮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여러모로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신 감독은 "오전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합에 뛸 수 있다고 하더라. 감독 입장에서 선수가 먼저 그런 얘기를 해주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다른 선수들도 아가메즈의 그런 책임감을 배우고, 그러면 팀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반등을 할 수 있는 어떤 카드도 없었다. 어렵게 살린 볼을 때려줄 수 있는 해결사가 없이는 남은 시즌도 고전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아가메즈의 책임감은 우리카드는 깨웠다. 아가메즈는 고비 마다 공격을 폭발시키며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우리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맞아 가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한 우리카드는 반등의 시동을 걸었다.
장충=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