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올 가을에 일으킨 '퍼플 스톰'이 결국 소멸됐다.
넥센은 2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최종 5차전에서 4-9로 뒤지던 경기를 9회초 박병호의 동점 투런포 등을 앞세워 연장으로 끌고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어 10회초에도 김민성의 적시 2루타로 10-9를 만들었지만, 결국 연장 10회말 김강민-한동민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하며 10대11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 2패 뒤 2연승으로 기적적인 리버스 스윕을 노리던 넥센의 도전은 2승3패로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이날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18일간 10경기에서 보여준 넥센의 투지와 패기만큼은 야구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처음 팀을 맡아 경험 미숙에 따른 시행착오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지 못했던 장정석 감독 또한 2년차를 맞이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지도력을 입증했다. 올 시즌 셀 수 없이 많은 악재 속에서도 선수들을 품에 안으며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해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다양한 작전과 과감한 선수 기용법을 통해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를 연파했고,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초반 2연패를 딛고 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가는 저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넥센은 '젊은 선수들의 경험치 획득과 성장'이라는 값진 소득을 얻게 됐다. 내야수 송성문과 외야수 김규민 임병욱, 포수 주효상, 투수 안우진과 이승호 등이 바로 그 주역들이다. 비록 5차전에서 치명적 실책을 했지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큰 힘을 보탠 2루수 김혜성도 마찬가지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승패 경험은 이들의 성장에 분명 큰 거름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하나같이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젊은 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김규민이 93년생으로 이제 겨우 25세다. 임병욱이 95년생(23세)이고 송성문은 96년생(22세), 주효상은 97년생(21세)이다. 김혜성과 이승호, 안우진은 모두 99년생으로 올해 만 19세 밖에 안됐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어깨를 다쳐 포스트시즌을 마감한 이정후(98년생, 20세)까지 합치면 20대 초중반의 무서운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넥센의 미래가 한없이 밝게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경기에서 진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 눈물은 분명 내일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값진 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 겨울이 중요하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얻은 경험치를 온전히 실력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듯 하다.
18일간 10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으로 체력과 집중력이 바닥에 난 상태에서도 끈질긴 투혼과 패기를 보여준 넥센의 '퍼플 스톰'은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또한 내년에 더 큰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