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천신만고 끝에 2패 뒤 1승을 따냈다. 넥센은 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대2로 이겼다. 승부는 4차전까지 이어진다.
넥센팬들은 환호했다. 선발 한현희의 역투와 불펜진의 고군분투로 거둔 승리. 하지만 넥센 방망이는 2차전에 이어 이날도 답답했다. 삶은 고구마를 한입 콱 입에 문듯 속이 꽉꽉 막힌다. 그 중심에 '국민 거포 박병호'의 부진이 있다.
박병호는 이날 3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8타수 1안타 삼진 3개에 그쳤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11타수 1안타. 타율이 9푼1리까지 추락했다. 홈런은 고사하고 장타 1개 없다.
이날도 넥센은 힘겨운 불펜 싸움을 해야했다. 방망이가 터지지 않으니 버티는 것이 두배, 세배 힘들었다. 박병호는 1회말 2사 2루 득점권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말 1사 2루에서는 볼넷, 7회말 2사 2루 득점권에도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박병호는 넥센의 심장이다. 올시즌 한달여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113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에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후반기의 홈런 몰아치기는 넥센의 정규시즌 4위 원동력이 됐다. 박병호는 타선의 핵이었다. 김하성과 제리 샌즈는 박병호가 있어 타석에서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피할 수 있었다. 모든 상대 전력분석이 박병호에게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이겨냈던 박병호였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잃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올 시즌에 앞서 복귀했다. 작은 목동구장이 아닌 잠실구장에 이어 홈런이 두 번째로 적게 나오는 고척 스카이돔에서의 첫 시즌. 박병호는 보란 듯이 43홈런(공동 2위)을 뿜어냈다. 경기당 홈런은 압도적인 1위다. 박병호의 올 시즌 장타율은 무려 7할1푼8리, 출루율은 4할5푼7리에 달한다. 장타율과 출루율 모두 52홈런, 53홈런을 때려냈던 2014년과 2015년 기록을 능가한다. 부상 변수만 빼고 보면 실질적으로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가을야구 들어 박병호는 뭔가 쫓기는 듯한 모습이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타수 무안타,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4경기)에서는 타율 2할3푼1리(13타수 3안타)에 1홈런, 2타점에 그쳤다. 부진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병호를 대체할 타자는 없다. 4번 자리의 중압감을 이겨낼 선수도 넥센 내에서는 없다. 승부를 4차전까지 끌고 갔지만 박병호가 살아나지 않으면 앞으로도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하는 넥센이다. 막힌 혈만 뚫리면 무섭게 돌변하곤 했던 '몰아치기 달인' 박병호. 하지만 지금은 말없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고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