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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도 후원사도 없는 위기의 컬링, 8개월 만에 사라진 평창의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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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8개월 전, 대한민국은 컬링 열풍에 휩싸였다.

'영미~'란 야무진 외침으로 강렬한 기억을 남긴 여자 컬링 대표팀. 그들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써 내려간 동화 같은 활약에 대한민국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한국 여자컬링은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선수들의 활약을 행정이 뒷받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의 행정 기능은 마비됐다. 컬링연맹은 지난해 8월 부실 운영 행태가 드러나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1년 2개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연맹은 관리단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컬링연맹 회장은 1년4개월째 공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신세계그룹이 후원 계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그룹은 2012년 컬링연맹과 100억원 규모의 공식후원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운영비, 전국대회 상금과 개최비용, 우수 팀 훈련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지난 14일 후원 계약이 끝나면서 더는 컬링연맹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2013년부터 5년간 매년 개최되던 신세계이마트 전국선수권대회도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 수장도 없고 후원도 끊긴 컬링연맹. 국제대회에 선수 파견조차 차질을 빚고 있다.

컬링연맹은 지난 8월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우승팀을 컬링월드컵 1차전 대표팀으로 우선 선발하고, 준우승팀은 컬링월드컵 2차전 대표팀으로 우선 선발한다'고 공고했다. 다만, 준우승팀을 월드컵 2차전 대표로 내보낼 경우, 관련 비용은 연맹이 자체 확보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연맹이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한체육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가대표팀이 2차전에도 출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연맹은 최근 '후원사 계약 만료로 인해 연맹 자체 재원 확보를 통한 선발전 2위 팀 파견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월드컵 2차전에도 국가대표팀인 선발전 1위 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행정 무능 속에 최악의 위기에 처한 컬링 대표팀. 평창의 겨울을 녹였던 뜨거운 환호는 불과 8개월 만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