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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박종우-구자룡 울산으로 간 까닭은…'희생정신'으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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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그 마저 변변치 않으면?

'희생정신'으로 기적같은 결속력을….

결전을 앞둔 수원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다. 수원은 몹시 열악한 상황에서 31일 울산과의 FA컵 준결승 원정경기를 갖는다.

현재 수원의 수비라인은 줄부상으로 붕괴된 상태다. 최근 들어 김은선 박종우 구자룡 양상민, 사리치가 부상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들 핵심 멤버가 빠진 가운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FA컵 8강전, 리그 경기를 연이어 소화하다보니 대체 인력이 없어 남은 선수들만 지칠 대로 지쳤다.

최근 공격력이 달아올라 리그 2위까지 상승한 울산의 페이스, 원정경기 등의 요소를 감안하면 더욱 암울한 게 사실이다. 바꿔줄 선수가 모두 부상 이탈자라 어찌할 도리도 없어 보인다. 흔히 말하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격언도 지금 수원에게는 '남의 속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렇다고 앉아서 '사형선고'만 기다릴 수 없는 노릇. 뭐라도 해봐야 한다. 뭐라도 해보기 위해 결국 아픈 박종우와 구자룡까지 나섰다.

박종우 구자룡은 부상 중이지만 이번 울산 원정 선수단에 동행했다.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수원 코칭스태프가 아픈 선수를 강제 동원했을리 만무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박종우와 구자룡이 간청하다시피 울산 원정을 자청했다.

김은선(발목), 양상민(종아리), 사리치(무릎)와 달리 박종우(갈비뼈)와 구자룡(대상포진)의 두 다리는 멀쩡하다. 고통을 참고 뛸 수는 있으니 출전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박종우는 지난 17일 제주와의 FA컵 8강전 도중 연장 전반 10분 한의권과 교체돼 나왔다. 옆구리에 통증이 있어 병원 검진을 받았더니 갈비뼈 2개 골절 진단을 받았다. 구단은 당초 염기훈의 부상 사례를 생각해 올시즌 아웃을 전망했다.

하지만 다행히 염기훈처럼 갈비뼈가 완전히 부러진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며칠 휴식을 취하니 통증이 상당히 완화됐다. 박종우는 지난 24일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ACL 준결승 2차전 때도 출전시켜 달라고 요청했단다. "압박붕대를 감으면 참을 만하다"는 주장이었지만 부상 악화를 걱정한 코칭스태프가 만류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또 막을 수가 없었다. 통증이 더 완화되자 재차 '압박붕대론'을 내세우며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박종우의 뜻이 너무 완강했다.

여기에 구자룡까지 나섰다. 대상포진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24일 퇴원한 그는 수비라인 가운데 특히 중앙 수비 자원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수포와 신경 치료를 받은 상태다. 진통주사를 맞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으니 출전하겠다고 박종우와의 '연대'를 결성한 것이다. 구단은 선수들의 이런 '희생정신'이 고마울 따름이다. ACL 결승행을 놓쳐 FA컵이 올시즌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처지에 내 한몸 아프더라도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는 길을 찾으려는 자세가 기특하기만 하다.

지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정신적 자극이 될 수 있다. '아픈 저들도 함께 하는데, 덜 아픈 우리가 더 버티자.'

수원 관계자는 "정신력도 몸이 받쳐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박종우와 구자룡의 의지가 선수단이 간절함으로 단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