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발(박종훈)에게 좋은 활약을 한 선수 위주로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성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들고나온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 필승 전략의 핵심은 '선발투수 공략'이라고 볼 수 있다. SK와이번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치른 1, 2차전에서 모두 패한 터라 3차전마저 지면 그대로 포스트시즌을 마감하게 되는 입장이라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끌어온 것이다. 안방(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르는 3차전마저 내줄 수 없다는 강한 각오는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비장한 말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를 위해 장 감독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포스트시즌은 물론 정규리그에서조차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김혜성(2루)-송성문(3루)'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했다. 또한 붙박이 3번 타자로 1차전 동점 3점포를 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는 7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더불어 이정후의 부상 이후 선발 좌익수 자리를 맡았던 김규민이 빠지고, 대타로 주로 나오던 고종욱이 선발로 출격하게 됐다.
이런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선발 상대 타율'이라는 기록이 자리하고 있다. 장 감독은 "오늘은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성했다. 그래서 올 시즌 상대 선발(박종훈)에게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들을 앞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고종욱이 들어가고 샌즈는 하위 타선으로 간 이유도 마찬가지다. 장 감독은 "김규민보다 고종욱이 박종훈에게 좀 더 강했다. 또 샌즈가 사이드암 투수의 공을 못치는 건 아니지만 박종훈과는 처음 상대한다. 또 다른 사이드암투수보다 박종훈의 손이 더 아래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 샌즈를 (7번으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실제 성적은 어땠을까. 장 감독의 말대로 확실히 김혜성과 송성문이 강하긴 했다. 박종훈은 올해 넥센전에 2번 나와 1승에 평균자책점 2.70(10이닝 5실점 3자책)으로 강했다. 그런데 이런 박종훈을 상대로 김혜성은 3타수 3안타의 '천적 본능'을 과시했다. 김하성 역시 2타수 2안타로 잘 쳤다. 두 명 모두 2루타도 1개씩 쳤다.
2번으로 나오는 송성문은 2타수 1안타로 역시 상대타율 5할을 기록했다. 고종욱은 3타수 1안타, 타율 3할3푼3리다. 상대타율 2할5푼(4타수 1안타)의 김규민보다 상대타율이 약간 높긴 하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김민성은 5타수 무안타로 매우 약했다. 장 감독이 라인업에서 제외한 게 이해된다.
문제는 샌즈 뿐만 아니라 4번 타자로 해결사 역할을 꼭 해줘야 할 박병호도 박종훈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4번 타자는 흔들면 안된다. 그래서 장 감독은 샌즈와 달리 박병호는 그대로 놔뒀다. 이 부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상대 타율 지표'를 적극 활용한 장 감독의 '뉴 라인업'이 초반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