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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SK-넥센, 이제 싸움은 그만 승부는 야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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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싸움은 그만, 승부는 야구로.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승부는 이상한 테마가 붙어벼렸다. 이른 바 '벤치클리어링 시리즈'. 27, 28일 양일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경기는 이틀 연속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대치하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플레이 도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시비가 붙으면 벤치클리어링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양팀이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실 양팀 사이에는 감정의 불씨가 살아있었다. 지난달 5일 인천에서 열렸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넥센 간판타자 박병호 사구로 인해 양팀이 큰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그라운드 위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박병호인데, 그가 폭발하자 양팀 모두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억이 살아있는 가운데, 조그마한 일이라도 서로의 신경을 건들 수 있다. 1차전 SK 간판 최 정이 머리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방망이를 집어던진 것도 그 연장 선상의 일로 볼 수 있다. 최 정 입장에서는 위협구로 느껴질만큼 위험한 공이 왔다. 자신뿐 아니라 직전 상황 선배 김강민이 사구를 맞는 모습에 최 정의 분노 게이지가 상승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을 넥센 제이크 브리검이 고의로 던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순간이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도 "고의로 머리쪽으로 던진 것 같지는 않다"고 경기 후 말했다. 아마, 정규시즌 다른 팀과의 경기였다면 평소 의젓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최 정도 툭툭 털고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흥분 지수가 최고조로 올라가는 포스트시즌, 그리고 넥센이라는 변수가 최 정을 화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2차전 SK 김성현의 손가락 욕설도 마찬가지. 넥센 제리 샌즈의 슬라이딩이 평소보다 깊게 들어가기는 했고, 말로 욕설을 했다고 해도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손가락을 드는 행위는 참았어야 했다. 김성현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겠지만, 농구 경기에서 상대가 '트래시 토킹'을 한다고 주먹을 날릴 수는 없는 일과 같다. 상대의 신경전에 말려들지 말고 냉정함을 유지했어야 한다. 샌즈의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혼자 모두 뒤집어 쓸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찌됐든 2차전까지는 잘 마무리됐다. 그리고 벤치클리어링도 야구를 지켜보는 가운데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한 요소로 볼 수 있다. 또, 양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그렇기에 무조건 비판만 하기 힘들다.

하지만 많은 어린이팬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억지로 싸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김성현의 손가락 욕설이 마지노선이 됐다. 여기서 더 다투고, 더 못 볼 광경을 연출한다면 이제는 '벤치클리어링도 야구의 묘미'라는 변명으로 양팀을 변호해주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양팀 선수단 모두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이어지는 악연에, 너무 중요한 승리 앞에 감정 컨트롤이 힘들 수 있다. 남은 3차전부터는 멋지게 야구로만 승부를 가리는 모습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