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SK는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1,2차전을 모두 가져왔다. 박빙의 힘대힘 대결이라 여겨졌는데 넥센은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여유와 끈끈함이 희석된 모습이다.
가을야구 피로감이 넥센의 발목을 잡아끄는 모양새다. 넥센은 벌써 가을야구 7경기를 치렀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집중도와 피로도가 페넌트레이스에 비해 3배라는 얘기가 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다. 이 뿐만 아니다. 위로 진격하는 하위팀은 가을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자신들도 모르게 갖게되는 안도감과 성취감이 때론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맞이한 한화도 그랬다.
올시즌 한화와 넥센은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가을 잔치에 초대받았다는 점이다. 한화는 11년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을 '보너스 게임'이라고 미리 선언했다. 목표를 초과달성한 상태에서 일면 부담감을 줄이려는 의도였지만 간절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정규시즌 마지막날 불꽃 축제를 연상시키는 성대한 출정식은 시작으로 보기엔 너무 화려했다.
넥센은 시즌초 구단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장석 대표의 구속, 네이밍 스폰서인 넥센 타이어와의 갈등, 조상우-박동원의 성폭력 혐의 이탈까지. 박병호 서건창 이정후 등 주전들의 한달 이상 줄부상도 이어졌다. 시즌 4위는 대단한 진격이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택근과 에이스 최원태도 빠졌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는 이정후도 다쳤다. 역경을 딛고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뚫어냈다.
넥센은 올시즌 잇몸으로 버텨 지금까지 왔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장정석 넥센 감독의 리더십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이미 주위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넥센이 과연 2패를 뚫고 3연승으로 시리즈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한번 분위기를 타면 매섭게 바뀔 수 있다. 이미 앞선 시리즈에서도 이를 증명한 바도 있다.
가을야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온몸에서 진이 빠져 나간다. 포스트시즌을 마친 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막상 경기때는 몰랐는데 마치니 숟가락 들 힘조차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쳐가는 넥센은 돌파구가 필요하다. 행복하려면 만족이 필수지만 위대해지려면 좀더 욕심을 내야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