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은 '천당'과 '지옥'으로 나뉘었다.
스플릿 A에 포함된 1~6위(전북, 경남, 울산, 수원, 포항, 제주)는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따내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스플릿 B로 처진 7~12위(대구, 서울, 상주, 전남, 인천)은 K리그2(2부 리그) 강등을 피해야 하는 잔류 전쟁을 펼친다.
12개 구단 중 가장 여유로운 팀은 'K리그 절대 1강' 전북 현대다. 이미 지난 33라운드에서 조기우승을 차지했다. 내년 ACL 본선에 곧바로 합류한다. 스플릿 A 경기는 사실 의미가 없다. 그래도 남은 5경기 중 3경기가 안방에서 열린다. 홈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아무리 조기우승을 했다 하더라도 베스트 자원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는 경기 수당이 달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베스트 11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의 경기력은 윗물에서 가장 흥미로운 2위 싸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ACL 직행의 마지노선은 2위까지다. 3위는 플레이오프(PO)를 거쳐 ACL 본선 무대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2위 수성이 절실하다. 사실상 2위 경남(승점 58)과 3위 울산(승점 56) 중 누가 2위를 차지할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첫 판부터 두 팀이 충돌하다. 울산과 경남은 오는 28일 오후 4시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스플릿 A 34라운드에서 '승점 6점'짜리 경기를 펼친다.
분위기는 울산이 앞선다. 최근 15경기에서 9승을 챙겼다. 경기력에 들쭉날쭉함이 사라졌다. 올 여름 영입된 '중원의 지휘자' 믹스 디스커루드가 2%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면서 김인성 한승규 이근호 등 공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무엇보다 8월부터 이어졌던 연속골 행진이 6경기에서 멈췄던 주니오가 최근 다시 득점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는 것도 울산에 호재다.
승리를 벼르고 있는 건 경남도 마찬가지다. '득점기계' 말컹을 앞세워 공격축구의 진수를 펼쳐보이겠다는 것이 김종부 경남 감독의 생각이다. 또 말컹이 울산 수비진의 강력한 압박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 플랜 B도 마련해놓았다.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다.
스플릿 B는 역시 강등이 '최대 화두'다. 12위는 자동 강등, 11위는 K리그2 PO를 거쳐 최종 2위와 승강 PO를 통해 생존 기회를 얻어야 한다. K리그가 두 세상으로 쪼개지기 전까지 꼴찌는 인천(6승12무15패·승점 30)이다. 스플릿시스템 도입 이후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강등의 흑역사를 써보지 않은 인천은 '생존왕'이란 타이틀을 이어가기 위해 올 여름 욘 안데르센 전 북한대표팀 감독을 영입했다.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스타' 문선민이 이끄는 화력에 비해 빈약한 수비력으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뿐 경기내용은 괜찮은 편이다. 인천은 오는 28일 대구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무엇보다 11위 전남(승점 32), 10위 상주(승점 33)과 겨우 승점 2~3점차다. 9위 서울과도 승점 5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1승만 해도 충분히 꼴찌 탈출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런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다행스럽다.
전남은 지난 시즌 운 좋게 살아남은 케이스다. 11위 상주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잔류에 성공했다. 전남은 김인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경기력이 다소 살아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수비불안은 마지막까지 전남이 풀어야 할 숙제다. 공교롭게도 전남은 28일 상주를 홈으로 초대해 승점 6점짜리 단두대 매치를 치른다.
또 다른 관심사는 서울이다. 스플릿 B가 생소한 서울도 강등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위 전남과 승점 3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고 결승전처럼 임해야 한다. 서울은 27일 강원을 상대로 10경기 연속 무승 탈출을 노리고 있다. 고요한의 결장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서울로 복귀한 최용수 감독의 매직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