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허정협(28)이 또 다른 '깜짝 스타'로 변신할 준비에 나섰다. 어깨 부상으로 더 이상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없게 된 이정후의 엔트리 공백을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앞두고 엔트리를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팀의 붙박이 리드오프이자 주전 좌익수였던 이정후가 지난 2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 수비 도중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어깨를 다쳤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22일 두 군데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결과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손상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
일단 넥센은 이후 준플레이오프 3, 4차전은 기존 외야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잘 활용했다. 이미 시리즈가 시작된 상황에서는 엔트리를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4차전 결승타를 친 김규민이 공수에서 이정후의 공백을 잘 메워줬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로 포스트시즌 스테이지가 달라지면서 엔트리를 재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정후는 선수단과 함께 동행하며 기운을 불어넣어 주겠지만, 엔트리 명단에서는 빠지는 게 낫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를 굳이 넣어 엔트리 슬롯을 낭비하는 건 전력 손실이다.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그 대상이 허정협이었다. 허정협은 플레이오프를 앞둔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팀 훈련 때 합류해 배팅과 수비 훈련을 하며 동료들과 땀을 흘렸다. 이에 관해 넥센 장정석 감독은 "고민 끝에 허정협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시키기로 해서 오늘 함께 훈련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허정협의 주요 역할은 일단 핀치 상황에 나가는 '대타'다. 장 감독은 "지금으로서는 선발 보다는 경기 중후반에 상황이 왔을 때 대타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는 김규민이 공수에 걸쳐 이정후의 대체자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굳이 선발라인업을 흔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허정협의 합류로 인해 넥센 외야는 어떤 돌발 상황이 나타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됐다.
2015년 육성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허정협은 곧바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1군 경력을 쌓아나갔다. 지난해 외야 백업으로 83경기에 나와 개인 최다 출전경기를 기록했다. 올해는 25경기에서 2할5푼(24타수 6안타)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46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3리에 7홈런 38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허정협은 이번이 포스트시즌 첫 출전이다. 하지만 넥센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뜻밖의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허정협도 그런 역할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허정협이 플레이오프에서 깨소금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