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에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1조원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카드사들이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5일 카드사 관계자를 불러 이러한 내용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논의한 후, 당정 협의를 거쳐 다음주 중 최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내년에 가맹점 수수료를 모두 1조원 줄일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8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11조6784억원의 8.6%에 해당하는 규모다.
3년 전인 2015년 조정 당시 수수료 절감 추정액 6700억원보다 3300억원이나 증가한 것.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으로 3년마다 카드 결제에 수반되는 원가와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을 따져 수수료율을 재산정해오고 있다.
매출액이 3억원 미만인 영세 가맹점과 3억원 초과∼5억원 미만인 중소가맹점은 금융당국이 관계 법령에 따라 정하고, 5억원을 초과하는 일반 가맹점은 이같이 당국과 업계 관계자가 모여 결정한다. 1조원 중 7000억원은 기존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수료 인하 대책이 내년에 시행됐을 때의 절감분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추가 인하 방안인 나머지 3000억원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원가를 23∼25bp(1bp=0.01%)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기존보다 0.23∼0.25%포인트 인하된다는 것. 그러나 업계는 최대한의 원가 인하 폭이 14∼15bp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동안 영세·중소가맹점은 수수료가 많이 내렸으나 정치권에서 '제로 수수료'까지 주장하고 있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3년 전에는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 인하했다. 당시 수수료 인하율이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더 확대됐다.
7000억원에 해당하는 기존에 결정된 방안 중 수수료 인하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밴(VAN) 수수료 체계개편 방안이다. 이는 카드사가 결제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하는 밴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를 금액과 관계없이 건당으로 발생하는 정액제에서 금액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이미 올 7월부터 시행됐다. 정률제로 변경돼 소액 결제가 많은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이 가벼워지고 결제 건수는 많지 않지만 금액이 큰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올라갔다.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 내년부터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른 수수료 절감분이 온라인 판매업자 1000억원, 개인택시사업자 150억원이다. 기존에 영세업자→쇼핑몰→결제대행업체(PG)→카드사로 이어진 구조에서는 PG사가 대표 가맹점이 되기 때문에 영세업자는 말 그대로 영세사업자임에도 수수료 우대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에 매출 정보를 줄 때 영세사업자를 구분하도록 해 앞으로 영세사업자에게 수수료 우대혜택을 주도록 했다.
소규모 신규가맹점 수수료 환급제도도 내년부터 도입된다. 신규가맹점은 연매출 정보가 없어 창업 후 6개월간 업종별 평균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 예컨대 실질적으로 영세 가맹점이라서 수수료율 0.8%를 적용받아야 함에도 창업 초기에는 매출 정보가 없어 2% 초반대 평균 수수료가 적용된다. 당국은 연매출 정보가 쌓여 가맹점의 등급이 확정되면 카드사가 그 차액만큼을 가맹점에 되돌려 주라고 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번 인하 방침에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이은 인하로 수용 한계를 초과한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외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의 수익은 계속 악화하고 업계 종사자들의 고용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