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안우진은 대표적인 '투 피치(two-pitch)' 스타일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정규시즌 중 안우진에 대해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스타일인데, 두 구종간 구속 차이가 별로 안 난다. 나이트 코치와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단조로운 볼배합의 한계가 있으니 커브 또는 체인지업과 같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투피치로 족했다. 안우진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이승호가 1회초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자 넥센 불펜에서 안우진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경기 전 계획대로였다. 이승호는 1회를 1실점으로 마친 뒤 2,3회 추가 실점을 막으며 4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승호가 선두 이성열에게 우전안타, 하주석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최재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자 안우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안우진은 9회까지 5⅔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무실점의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볼배합이 위력을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투구수 72개 가운데 직구 44개, 슬라이더 25개, 그리고 커브 3개를 각각 구사했다. 직구 구속은 143~152㎞, 슬라이더는 134~143㎞에서 형성됐다. 직구처럼 날아들다 휘면서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더, 이것이 안우진의 무기였다. 3-2로 앞선 5회 2사 1,2루서 이성열을 148㎞ 직구로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6회 2사 2루서는 정은원을 135㎞ 슬라이더로 1루수 땅볼로 제압했다.
7회가 압권이었다. 1사 1루서 제라드 호잉을 삼진 처리했다. 1~3구를 직구로 던져 볼카운트 1B2S를 만든 뒤 4구째 141㎞ 슬라이더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게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김태균은에게는 반대로 1~3구를 슬라이더로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로 몰고간 뒤 4구째 151㎞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한 점차로 쫓기던 경기 후반 안우진의 투피치 볼배합이 한화를 대표하는 호잉과 김태균을 무너뜨렸다.
7회 호잉과 김태균에게 던진 두 구종간 구속차는 각각 6㎞, 12㎞였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