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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서의 가을야구, 김태균이 전한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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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가을야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백척간두의 팀을 구해낸 김태균(36·한화 이글스)이 내놓은 말이다.

지난 2001년 한화에서 데뷔한 김태균에게 가을은 친숙한 계절이었다. 데뷔 첫 해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출전에 이어 2005~2007년 세 시즌 연속 가을야구의 맛을 봤다. 2006년엔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한화가 배출해낸 프렌차이즈 스타, '원조 홈런왕' 장종훈의 뒤를 잇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후계자라는 별칭이 뒤따랐다. 한화가 10년이 넘는 긴 암흑기를 걸을 줄은 김태균 뿐만 아니라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시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보다 1년 더 보낸 뒤 다시 가을야구 앞에 선 김태균의 모습은 한없이 작았다. 73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254타수 80안타), 10홈런, 34타점에 그쳤다. 3할 타율은 이어갔으나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온 13년 연속 100안타 기록도 깨졌다. 출전 경기는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었다. 연봉 14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활약상이다. 부상과 부진으로 2군을 오가는 동안, 후배 이성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이글스 타선을 주축이 됐다. 더이상 김태균은 팀의 중심이 아니었다. '후배들 덕에 가을야구 간다'는 달갑잖은 수근거림도 뒤따랐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한화를 구해낸 결승타의 의미는 그래서 더 값졌다. 지난 2007년 10월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4028일 만에 얻은 가을의 승리다.

뜻깊은 승리에 김태균도 감회가 남달랐다. "모든게 다 새롭다. 너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온 것 같다. (11년 전엔) 내가 어린 선수였고, 좋은 선배님들이 이끌어줘 부담없이 경기를 했다. 그땐 가을야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는 "11년 동안 가을야구를 못했고,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그 시기가 소중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균도 어느덧 베테랑을 넘어 노장 반열에 올랐다. 암흑기를 걷던 팀에서 고군분투하던 시절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향했지만, 이제는 후배들에게 홀가분하게 자리를 물려주는 모습이다. 김태균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 MVP에 선정된 후 "(선발 투수) 장민재가 마땅히 경기 MVP를 받아야 하는데 내가 빼앗아간 것 같아 미안하다"며 "후배들 덕에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서게 됐다. 영광스럽고 (후배들에게) 고맙다.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가을의 기억을 되살린 한화가 불씨를 이어가릴 바라는 눈치다. "우리 팀엔 좋은 기량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많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계속 가을야구를 하는 한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