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선택에 관해 '정답'이라는 건 있기 어렵다. 외부에서 볼 때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선택이 나중에는 납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 지금 당장 옳은 선택 같아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게 드러날 때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의 '선택'을 다시 생각한다. 과연 최선이었을까. 한 감독이 스스로 이유도 밝혔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7회말의 장면 때문이다.
전날 시리즈 1차전을 2대3, 1점차로 아쉽게 내준 한화는 이날 경기에서 7회까지 4-7로 뒤지고 있었다. 그러던 7회말에 작은 기회가 생겼다. 올 시즌 팀을 '하드캐리'해 온 제라드 호잉이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사 후 하주석의 기습 번트 안타로 1, 2루가 됐다. 그리고 7번 최진행 타석이 됐다. 이때 한 감독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개다.
'최진행을 그대로 타석에 둘 것인가'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핀치 히터를 쓸 것인가'. 한 감독은 후자를 택했다. 그러면 또 하나의 질문지가 나타난다.
'누구를 쓸 것인가'. 이번에는 선택지가 많다. '현재 라인업에 없고, 오늘 경기에 나가지 않은 타자' 중에 고르면 된다. 이때 한 감독은 강경학을 대타로 투입했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상대 투수(안우진)의 슬라이더와 직구가 좋은 데 다른 타자보다는 대처가 잘 될 것 같아서"라고 강경학을 투입한 이유를 밝혔다. '구종에 대한 대처능력'을 언급한다는 건, 감독의 안목과 판단으로 봤을 때 당시로서는 강경학이 최선의 카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석연치 않다. 일단 강경학은 올해 안우진과 상대한 적이 없고, 전날 경기에도 대주자로만 나와 실전에서는 타격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경학은 원래 타격보다는 수비형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올해 77경기에서 2할7푼8리(245타수 68안타)를 기록한게 커리어 하이 타율이다. 홈런도 올해 5개가 최다 기록이다.
3점차 열세의 7회말 2사 1, 2루에서 나오는 대타에게는 '진루타'가 아니라 '적시타'의 임무가 부여된다. 이왕이면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강경학이 이런 역할에 어울리는 캐릭터인 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또한 당시 벤치에는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타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비록 전날 5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는 대타로 나와 3구 삼진을 당했어도, 여전히 상대 투수 특히 포스트시즌에 첫 등판한 신인 투수에게는 본인의 커리어와 아우라로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무엇보다 김태균은 한화의 상징과 같은 캐릭터다. 답답한 경기에 실망하던 팬들은 그의 등장 하나만으로도 다시 열광할 수 있다. 그렇게 커진 기운은 분명 상대팀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 한 감독은 전날 대타 실패에 관해 "내가 경기 초반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에 투입한 것 같다"면서 "(김태균은)계속 그렇게 쓰겠다. 한 번은 해줄 것"이라고 신뢰감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이 한말과는 달리 쓰지 않았다. 김태균이 준비가 덜 돼 있던 것인지, 아니면 한 감독이 혹여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 간 것인지 의문이 남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