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야구 해설위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넥센 히어로즈의 최대 약점으로 '허약한 불펜'을 들고 있다. 당연한 평가다. 넥센은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5.67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전 마무리 조상우가 지난 5월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팀에서 이탈한 여파가 매우 컸다. 상대적으로 페넌트레이스 평균자책점 1위(4.28)를 기록한 한화 불펜의 힘은 포스트시즌 최대 강점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넥센의 불펜에는 독수리 군단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비수가 숨어있다. 마치 흙 속에 묻힌 진주처럼, 팀 평균자책점의 그림자 속에 감춰진 '이글스 킬러'들이 무려 4명이나 된다. 올 시즌 한화전 평균자책점 0.00의 '미스터 제로 4인방' 김상수와 오주원, 김성민, 양 현이 바로 그들이다.
조상우의 갑작스러운 이탈 이후 마무리로 보직을 전환한 김상수는 올해 한화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1세이브 3홀드를 달성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투수 중 하나다. 김상수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도 9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김상수의 앞에 나와 승기의 흐름을 이어줄 수 있는 필승조 후보로는 오주원과 김성민(이상 좌완) 그리고 언더핸드 양 현이 있다. 투수진 최고참인 오주원은 올해 한화전 5경기에 나와 5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1홀드를 챙겼다. 김성민 역시 4경기에서 4이닝 2피안타 2볼넷에 삼진을 6개나 잡아내며 강력한 위용을 자랑했다.
그런가 하면 6~7월에 팀의 필승조에 힘을 불어넣어줬던 양 현도 한화를 상대로 2경기에서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강점을 보였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같은 위력을 이어가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분명 전체 평균치로 따지면 불펜의 힘은 넥센에 비해 한화가 앞서는 게 맞다. 하지만 투수들에게는 '특정팀 상대전적'도 매우 중요하다. 넥센이 때문에 한화를 상대로 막강한 위력을 보인 불펜 투수를 4명이나 보유한 점은 큰 호재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판세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글스 킬러 4인방'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주목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