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대로 롯데 자이언츠는 조원우 감독과 결별했다. 조 전 감독은 지난해 맺은 3년 재계약 중에서 첫 해만 버티고 해임되고 말았다. 성적 때문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3위를 했던 롯데는 올해 7위로 쳐지며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성적이 부진한 감독이 교체되는 게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롯데는 좀 다르다. 벌써 두 번이나 연속으로 계약 기간이 남은 감독을 갈아치웠다. 성적에 대한 목마름과 프런트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결국 점점 더 '감독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조원우 전 감독에 앞서 2015년 롯데 사령탑으로 선임된 프랜차이즈 출신 이종운 전임 감독도 불과 1년만에 타의에 의해 지휘봉을 내려놓고 말았다. 3년 계약을 맺어놓고, 불과 1년을 지켜보다 팀이 8위에 그치자 감독을 내쳤다. 애초에 프로팀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이 전 감독을 선임한 건 프런트였다. 그러나 책임은 이 전 감독에게만 물었다. 3년 계약은 물거품이 됐지만, 계약에 따라 2년의 잔여 연봉은 지급됐다.
이 전 감독을 경질하고 난 뒤에 롯데는 곧바로 또 감독 경험이 없는 조원우 전 감독을 영입했다. 조 감독도 부임 첫 해인 2016시즌에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8위에 머물렀지만, 앞서 이 전 감독을 조기 경질했던 것을 의식한 롯데 구단은 그나마 2년 계약을 유지해줬다. 그리고 조 전 감독이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17년 3위로 팀을 이끌자 선뜻 3년 재계약에 나섰다. 그러나 또 첫 해에 성적이 7위로 떨어지자 남은 2년 계약을 걷어차고 양상문 신임 감독을 영입했다.
감독에 대한 롯데 구단의 태도는 마치 3월의 봄날씨 같다. 온화했다가 쌀쌀했다가. 어떤 날은 미친 듯한 광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햇볕이 내리쬔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모양이 마치 변덕을 부리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은 '성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지만, 그런 성적이 순전히 감독 하나만의 책임일까도 의문이다. 이종운 전 감독을 영입했다가 내치고, 조원우 감독을 품어 재계약까지 선물했다가 또 1년 만에 밖으로 내몬 프런트에도 책임이 크다. 그들의 정확하지 못한 안목과 오락가락 하는 판단력 또한 롯데를 하위권에 머물게 한 원인이다.
이번에 새로 양상문 감독을 영입하며 롯데는 "다음 시즌 운영이나 중장기적 발전 방향 등 다각도로 검토해 봤을 때 경험을 갖춘 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성적이 조금만 나쁘면 서슴없이 조기 경질 카드를 꺼내는 롯데 구단이 '중장기적 발전 방향'을 언급한 게 어색하게 들릴 뿐이다. 이런 기조 속에서 과연 양 신임 감독이 무사히 임기를 채울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과연 14년 만에 친정팀 사령탑으로 다시 부임한 양 감독은 '감독들의 무덤' 속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