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신(神)'화용이 아니다.
수원 삼성 간판 수문장 신화용(35)의 신들린 선방쇼 행진이 새삼 화제다.
17일 홈에서 벌어진 제주와의 FA컵 8강전. 신화용은 승부차기에서 제주의 1∼3번 키커의 슈팅을 연거푸 막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신화용은 지난달 19일 전북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 승부차기(4-2 승)에서도 제주전 예고편을 선사했다. 당시 합산 스코어 3-3이던 후반 추가시간 46분. 아드리아노의 페널티킥을 슈퍼세이브로 막아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전북의 간판 키커 김신욱과 이동국의 슛을 절묘하게 막아내며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잇단 승부차기 선방쇼 속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내년 아시안컵에 신화용을 승부차기 전담 골키퍼로 데려가자'며 그의 신묘한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신화용이 승부차기에 강한 비결은 뭘까. 그를 지도하고 있는 원조 '신의 손' 이운재 GK코치(45)에게 들어봤다. 먼저 이 코치는 "내가 가르치는 것은 딱히 없다. 신화용이 갖고 있는 능력이 탄탄해 갈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런 선수와 같이 있는 게 행복할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 코치의 과도한(?) 겸손이다. 제자의 내재적 재능을 업그레이드하도록 인도하는 게 지도자의 능력이다. 이 코치는 신화용이 갖고 있는 배움의 자세가 큰 비결이라고 꼽았다. 작은 것을 가르쳐주더라도 항상 신중한 자세로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데 이같은 자세가 승부차기에서 침착하게 키커의 방향을 끝까지 간파하는 능력으로 발휘된다는 것.
이 코치는 "기본이 갖춰진 선수가 작은 부분을 가르침 받아 그것을 응용하려고 하면 능력은 더 업그레이드된다. 화용이가 그런 스타일이다. 박수도 서로 부딪혀야 소리가 나듯이 지도자-제자로서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 코치에 따르면 평소 훈련 때 승부차기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 전북, 제주전 같은 경우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든 골문 영역 안으로 날아드는 모든 공을 막아야 하는 게 골키퍼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훈련때 신화용 특유의 강점을 발견한다. "훈련인데도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부분 골키퍼는 승부차기 시 키커의 습성에 따라 한쪽 방향을 선택해 몸을 던진다. 하지만 신화용은 미리 속단하는 법이 없다. 키커의 동작을 끝까지 본 뒤 몸을 날린다. 분명히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이 코치는 신화용의 평소 습관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주전 승부차기에 앞서 '꿀팁'을 전해준 게 있다. "너는 잘 막는 선수다. 그래서 키커들은 분명히 너를 속이려 하지 못하고 머리 속에 그려놓은 코스로 찰 것 같다"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신화용의 승부차기 자신감은 염기훈의 증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장 후반에 들어가는데 화용이가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15분만 버티자. 승부차기 가면 내가 처리할게'라고, 선수들은 더욱 힘이 났다."
"골키퍼 출신인 내가 봐도 신화용의 선방 행진은 드문 케이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이 코치는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 듯 과거 승부차기 제도를 회상했다. "끝까지 승패를 가리는 시절이라 승부차기가 엄청났죠. 우리팀이 승부차기를 하면 다 합쳐 1∼2번밖에 패하지 않은 기억이 납니다."
K리그는 1993, 1998∼2002년에 정규리그에서 정규 90분→연장전→승부차기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코치는 당시 수원에서 연속 우승(1998∼1999년)을 경험했고 1999년 베스트 GK였다.
그런 이 코치 밑에서 신화용이 '신의 손' 계보를 잇고 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