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은 완벽하게 마쳤다.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한 넥센 히어로즈는 자신감에 가득찬 채 홀가분하게 대전으로 향했다. 이제부터야 말로 본격적인 포스트시즌 돌입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달리 준플레이오프부터는 호흡이 다소 길어진다. 5전3선승제 시스템이라 최소 3경기는 치러야 플레이오프로 올라간다. 때문에 단기전 시스템에 맞는 선수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나 선발 로테이션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5전3선승제 시스템에서는 '1,2차전-이동일-3,4차전-이동일-5차전'의 스케줄로 진행된다. 때문에 정규시즌처럼 5선발이 전부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단기전에서 선발을 5명이나 돌리면 불펜 자원이 한 명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다. 선발 4명이 가장 좋고, 그게 안되면 확실한 선발이 최소 3명은 확보돼야 시리즈를 편안하게 치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넥센은 아직 1, 2선발 다음이 명확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해커는 확실히 1, 2선발로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문제다. 원래 넥센은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인 선발진을 구축한 팀이었다. 두 명의 외국인 외에 팀내 최다승 투수인 최원태가 건재했고, 여기에 한현희와 신재영이 4, 5선발로 나왔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이런 시스템이 흔들렸다. 일단 최원태의 팔꿈치에 작년처럼 통증이 생기면서부터였다. 여기에 신재영도 좀처럼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넥센 장정석 감독은 9월 들어 로테이션에 일부 변화를 줬다. 한현희는 3선발, 신재영은 불펜행 그리고 이승호와 안우진에게 4, 5선발 기회를 줬다. 각각 프로 2년차와 1년차인 이승호와 안우진은 '가능성'은 보여줬다. 하지만 선발에 완전히 정착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그런 와중에 장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고 나서 또 다른 실험을 했다. 한현희의 보직을 일시적으로 변경해 불펜에서 던지게 했다. 이 실험의 목표는 이승호와 안우진이 포스트시즌 3, 4선발을 맡고 한현희는 필승조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2013~2014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던 한현희의 경험에 기대를 건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한현희는 좀처럼 불펜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KT전 때 구원투수로 나온 한현희는 2이닝 동안 5안타 2볼넷으로 3실점했다. 16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때도 선발 브리검에 이어 7회에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2루타-안타로 1점을 내주고 곧바로 교체됐다.
장 감독은 KIA전을 마친 뒤 "한현희의 쓰임새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다시 선발로 넣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답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와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무한 이승호와 안우진에게 3, 4 선발의 막중한 임무를 맡기는 것보다 그래도 경험이 풍부한 한현희를 3선발 정도로 투입하는 게 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특히나 한현희는 올해 한화를 상대로 2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63(13⅔이닝 4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한현희보다 나은 3선발감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장 감독은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