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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아빠 전성시대' 9년차 국대 박주호의 데뷔골은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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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산에선 박주호, 아니 '나은이아빠'가 인기 서열 1위다. 사인요청이 제일 많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16일 파나마와의 A매치(2대2무)에서 늦깎이 데뷔골을 신고한 국가대표 수비수 박주호(31·울산)의 인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여름, KBS 리얼리티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딸 나은양(3)과 출연한 후 '나은이아빠' 박주호의 주가는 급등했다.

박주호는 FC바젤 시절, 구단에서 일하던 스위스인 아내 안나씨를 만나 2015년 첫딸 나은, 지난해 아들 건후를 얻었다. 지난 여름 '슈돌'에 전격 합류한 나은양은 순식간에 안방 팬심을 사로잡았다. 이모, 삼촌 팬의 가슴을 뒤흔드는 눈웃음과 깜찍한 애교, 4개 국어에 능통한 영리함에 작은 일에도 "감사해요"를 잊지 않는 반듯함, 아빠의 부상 부위에 얼음을 대주는 속깊음까지… 모두가 한눈에 반했다. '9년차 국대' 박주호는 방송 1회차만에 '나은이아빠'가 됐다. '한솥밥 선배' 이근호는 "다들 '나은이아빠'라고 부르지 박주호란 이름은 들을 수 없다"고 팀 내 분위기를 전했다. 딸만 보면 '빙구웃음'이 절로 나는 자타공인 '딸바보' 박주호. 그의 유니폼 판매, 사인 요청도 덩달아 급증했다. 7일 전북전에서 나은양은 깜찍한 시축으로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나은이 효과'는 A대표팀으로 이어졌다. 10월 벤투호의 A매치 2연전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나은이아빠' 박주호는 8일 파주NFC 입소 후 "요즘 나은이 매니저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딸의 존재감을 이기기 어렵다. 다들 '나은이아빠'로 부르기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나은이아빠' 박주호는 늘 한결같은 성실과 도전의 아이콘이다. 숭실대 재학중이던 2008년 일본 J리그 2부 미토 홀리호크에 입단했고, 2009년 가시마 앤틀러스, 2010년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2011년 스위스리그 명문 바젤과 4년 계약을 맺었다. 왼쪽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을 두루 소화하는 멀티자원으로서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았고 독일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월드컵의 해인 2018년, 출전기회를 찾아 K리그행을 감행,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0년 이후 후배 윤석영, 김진수, 홍철 등과 경쟁 속에 매년 어김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유독 월드컵 무대는 그에게 시련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 탈락 후 김진수의 부상으로 대체발탁됐지만 그 또한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선 신태용호의 왼쪽 풀백으로 기회를 얻었지만, 간절했던 두 번째 월드컵 역시 단 28분만에 끝났다. 6월18일 조별예선 1차전 스웨덴전, 전반 28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부상 직후 관중석의 아내 안나씨가 선수 터널로 달려내려가 남편의 아픔을 위로하는 장면은 애틋했다. 당초 3~4주로 알려졌던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 복귀하기까지 무려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소속팀 김도훈 감독은 "다쳐본 선수가 아니면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재활은 훈련보다 몇 배나 더 고통스럽다. 박주호는 지난 여름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잘 이겨냈다"고 귀띔했다. 지독한 부상 트라우마를 견디게 한 것 역시 가족의 힘이다. 나은이는 아빠의 부상을 '차가워(얼음찜질)'와 '슬펐어'로 기억한다.

가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슈퍼맨' 아빠는 다시 그라운드에 우뚝 섰다. 지난달 26일 K리그 30라운드 제주전(3대2승)에서 144일만의 실전에 나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박주호는 좋은 선수다. 최근 '나은이아빠'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 속에 선수 개인에게는 부담이 컸음에도 경험을 살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실력은 물론 베테랑으로서 팀을 정신적으로 강하게 해주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울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베테랑 풀백' 박주호를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놓칠 리 없었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4개월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16일 밤, 벤투호의 A매치 파나마전 휘슬이 울린 지 불과 4분만에 '나은이아빠' 박주호의 이름이 천안종합운동장에 뜨겁게 울려퍼졌다. '돌아온 풀백' 박주호의 존재감이 번쩍 빛났다. 전반 4분 황희찬의 날선 컷백은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베테랑 풀백 박주호를 정확히 겨냥했다. 박주호의 왼발이 골문을 열었다. A매치 38경기만에 터진 데뷔골, 2010년 1월18일 핀란드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후 무려 8년만에 터진 늦깎이 데뷔골이었다. 31세 273일, 역대 3번째로 많은 나이에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라인을 바짝 올리고, 풀백들의 저돌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한 벤투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했다. 부상 트라우마를 훌훌 털어낸 짜릿한 골 직후, '슈퍼맨' 아빠는 나은이와 가족들을 향한 손키스 세리머니를 잊지 않았다. '나은이아빠', 아니 '국가대표 풀백' 박주호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