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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장' 아가메즈의 눈물, 나경복의 30cm 마법, '배구장인' 신영철 감독이 켠 긍정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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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의 외국인 공격수 아가메즈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코트 위에서 동료들까지 주눅들게 만들 정도로 과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감정표현을 용납하지 못하는 감독과는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절대 선수와 싸우지 않는다. 그 나라의 문화와 선수 스타일을 존중해주면 마찰을 빚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아가메즈는 승부근성이 뛰어나다. 사실 나는 과한 액션도 높이 평가한다. 면담을 했는데 그건 스스로에 대한 짜증일 뿐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런 아가메즈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눈물을 보였다. 동료들 앞에서 부끄러움도 무릎 썼다. 신 감독은 "대한항공과의 연습경기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아가메즈가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은 지는 걸 싫어한다고 하더라. 이러려고 한국에 다시 온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부주장을 맡아 니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상당히 감성적인 면도 있다"고 전했다.

아가메즈의 눈물은 아쉽게도 승리로 연결되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지난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원정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1대3으로 역전패했다. 아가메즈는 트리플 크라운(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공격 14개)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그래도 신 감독의 호언장담이 일정 부분 맞아 떨어지고 있다. 레프트 공격수 나경복의 부활이다. 지난달 컵 대회 당시 신 감독은 "올 시즌 달라진 나경복을 기대해달라"고 공표했다. 나경복은 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시즌 첫 경기에서 19득점, 공격성공률 61.5%를 기록했다. 또 리시브 40%를 책임지면서 36.11%의 리시브율을 보였다. 한 경기였고 두 가지 기록만 보고 성장했다고 볼 수 없지만 나경복은 신 감독이 유도한 '30cm 마법'을 지키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신 감독은 비 시즌부터 최홍석 대신 나경복을 주전 레프트로 낙점하고 특별지도를 단행했다. 특히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공을 때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30cm의 마법'을 활용했다. 바닥부터 2m43인 네트 위에 30cm를 더 올려 공을 때리는 타점을 높여주려고 애를 썼다. 그런 노력은 서브에서 보여졌다. 나경복은 1세트에서 3개의 서브에이스를 폭발시키며 삼성화재의 리시브라인을 뒤흔들었다. 지난 시즌까지 번번이 네트에 걸리던 서브가 올 시즌에는 좋은 궤적을 그리며 들어가 상대 리시버를 당혹케하고 있다. 18개 서브 시도 중 범실은 4개 뿐이었다.

신 감독은 "경복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서브를 넣어줬다. 앞으로도 30cm만 신경 쓰고 공을 때리면 된다. 첫 경기치곤 나름대로 잘 해줬다"며 엄지를 세웠다.

신 감독은 항상 자신을 '감독'이 아닌 '관리자'라고 말한다. 좋은 지도자는 선수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 측면에서 아가메즈와 나경복이란 두 개의 긍정 신호를 켰다.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파란불이 켜지면 우리카드는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