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눈으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낯설다. 수비수 김민재(전북)는 프로 입단과 동시에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다르다. 그는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다. 김영권(광저우 헝다·중국) 장현수(도쿄·일본) 등 선배들이 버티는 선발 자리는 아직 높게만 느껴진다.
김민재는 14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훈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A매치 때 선발로 뛰고 싶다. 하지만 형들이 워낙 잘한다. 후반에 들어가니 정신이 없다. 수비수는 교체 타이밍이 불안정하다.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996년생 '동갑친구' 황인범(대전)도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은 황인범은 지난달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 역시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벤투호 출범 후 3경기 모두 교체 출전했다. 지난 12일 열린 우루과이전에서는 후반 40분 교체 투입됐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님 오신 뒤 3경기를 했다. 나는 그 3경기에서 조금씩 기회를 받았다. 어렸을 때, 프로에서 한 것과는 다르다. 상대의 압박 속도, 경기 템포 등이 워낙 다르다. 어떻게 하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후반 10분 남기고 들어간다. 아무래도 들어가서 템포에 적응하는게 쉽지 않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들에게 낙담은 없다. 그라운드 밖에서 형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는 것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장현수 형은 라인 콘트롤이 좋다. 김영권 형은 말할 것도 없이 다 잘한다. 형들을 보면서 '나도 경험이 쌓이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형들도 내 나이 때는 선배들을 보고 배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장 밖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다. 지금은 눈으로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인범 역시 "대표팀에서는 비주전 팀에서 뛸 때가 많다. 반대쪽(주전) 기성용(뉴캐슬·잉글랜드) 형 등의 플레이를 본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항상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더 가지고 가면 경쟁력을 가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좋은 모습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파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