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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무대서 '인생경기'한 지태환, 한 경기 개인 최다 블로킹 경신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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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센터 지태환(32)이 화려하게 컴백했다.

지태환은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홈 개막전에서 무려 9개의 블로킹 포함해 12득점을 기록, 팀의 세트스코어 3대1(20-25, 25-19, 25-23, 41-39) 역전승에 견인했다.

지태환은 한 경기 개인 최다 블로킹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013년 3월 13일 대한항공전에서 기록한 8개가 개인 최다였다.

이날 1세트 예열을 마친 지태환은 2세트부터 펄펄 날았다. 공격첨병 역할을 제대로 했다. 서브 리시브 불안으로 측면 공격수 타이스와 박철우의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높이를 압도하며 분위기 반전의 초석을 놓았다. 2세트에선 4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특히 41점까지 펼쳐진 듀스 접전에서도 순도 높은 블로킹 3개를 보탰다.

사실 배구의 '배'자도 몰랐다. 지태환은 경기도 고양에 살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 없이 '배구선수를 할 생각이 없냐'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 1m90이 넘는 지태환의 큰 키를 눈여겨본 박용규 전 한양대 감독의 러브콜이었다. 어린 지태환은 갈림길에 섰다. 선택은 신(新)세계였다. 다행히 부모님의 만류도 없었다.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이 부족했다. 이전에 제대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탓이다. 그때마다 박 감독의 격려는 큰 위안이 됐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2년이란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고교 1학년 때 전남 벌교제일고로 전학간 뒤 1년을 쉬었다. 운동감각을 기르며 배구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이후 고교 3학년 때 다시 1년을 쉬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즉시전력감으로 뛰기 위해 1년간 기량을 닦았다. 이후 2010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프로가 됐다. 지태환은 신치용 전 감독이 이끌던 '언터처블' 삼성화재의 일원이 됐다. 2012~2013시즌 V리그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지태환의 장점은 긴 팔이다. 배구선수에게 신장과 팔 길이는 가장 중요한 무기 중 하나다. 지태환은 구단에서 옷을 맞출 때마다 팔 치수를 재면 가장 긴 선수에 꼽힐 정도다.

배구인생의 정점을 찍을 때 즈음 지태환은 군입대를 택했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신분을 취득했지만 2016년 4월 말 군입대하면서 코트를 떠났다. 1m98의 신장 때문에 병무청 현역 기준(1m96)을 초과해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영통구청에서 2년간 근무했다.

사실 운동선수에겐 치명적이었다. 2년간 아무리 웨이트 훈련만 하더라도 공 훈련을 하지 못하는 건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태환은 지난 4월 28일 전역 이후 빠르게 감각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실전감각은 컵 대회를 통해 끌어올렸지만 전성기만큼의 감각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반전은 빠르게 마련했다. 새 시즌 첫 경기부터 인생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끝난 뒤 지태환은 "신기록은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블로킹이 잘 잡혀서 나도 놀랐다. (송)희채가 측면에서 블로킹 자리를 잘 잡아준 것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군 전역 이후 첫 정규리그다. 시작을 잘 한 것 같다. 경기 초반 긴장도 됐다. 그러나 동료들과 코칭스태프가 많이 도와줬다"며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대를 다녀오니 나이가 확 먹어있더라. 그래서 감독님께서 몸 관리에 대해 조언해주셨다. 20대 몸이 아니다. 쉴 때도 조절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셨다"고 웃었다.

또 "공익근무 시절 공을 전혀 만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 시즌 내내 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기본기 훈련에 신경을 많이 썼다. 현재는 세터 김형진과의 호흡도 맞춰야 하고 서브 범실도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14일)

삼성화재(1승) 3-1 우리카드(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