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이 날아간 공이 림 앞쪽을 맞고 튀어나왔다. 벌써 5번째 노골. 슛터는 두 팔을 양쪽으로 올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가 바로 여자 농구의 '레전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농구를 그만 둔 지 오래됐다고 해도, 한때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던 레전드다. '하나쯤은 들어가겠지'하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주인공은 바로 WKBL 박찬숙 경기운영본부장이었다.
지난 2일 열린 WKBL 제 22기 3차 이사회에서 신임 경기운영본부장으로 선임된 박 본부장은 여자 농구 부흥을 위해 분주하게 발품을 팔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중앙 아트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WKBL 챌린지 위드 KOREA 3X3'대회 현장을 이틀 연속 방문했다.
박 본부장은 "어디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현장을 방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기 운영을 체크하고, 어린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현장을 찾은 팬과도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추려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박 본부장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온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우리가 직접 팬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본다"며 여자 농구의 부흥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본부장은 이날 대회 도중 진행된 '2점슛 챌린지 결승전' 때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접 자유투를 시도했다. 박 본부장은 자유투와 인연이 있다. 딱 10년 전인 지난 2008년에 열렸던 'WKBL 10년 올스타전' 당시 베일에 쌓여 있던 '자유투 이벤트'의 주인공이었다.
원래 작전 타임 때 'WKBL 관련인사'가 자유투를 시도해 1개당 50만원의 WKBL 사랑의 기금을 적립하기로 돼 있었다. 올스타전이 시작될 때도 감춰졌던 이 인사가 바로 박찬숙이었다. 당시 평상복 차림에 구두를 신고 코트에 나온 박찬숙은 연습구로 감각을 조율하더니 이내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해 100만원의 기금을 적립하고는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은 '천하의 박찬숙'을 무뎌지게 한 듯 하다. 박 본부장이 던진 5개의 공은 모두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여자농구 팬들이 기다린 건 '레전드'의 재등장이었기 때문이다. 현장 관중들은 비록 슛이 전부 실패했어도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