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 해였던 2017시즌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경험했다. 결국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있던 팀은 막판 부진을 겪으며 가을 무대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넥센은 9월초까지 5위였지만, 막판 19경기에서 무려 6승13패의 부진에 빠지며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장 감독의 팀 운영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런 아픈 기억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확실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의 팀 운영이나 전술 등은 업그레이드가 됐다. 성적이 이를 입증한다. 넥센은 올 시즌을 75승69패, 승률 0.521로 마감하며 페넌트레이스 4위를 차지했다. 결국 2년 만에 당당히 가을잔치 티켓을 따냈다.
돌이켜보면 험난한 시즌이었다. '4번타자' 박병호의 컴백이라는 호재 하나를 제외하고, 수많은 악재가 겹쳤다. 시즌 초반 서건창, 이정후. 박병호의 부상에 믿었던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는 경기 중 타구에 맞아 오른쪽 손가락이 분쇄골절되는 중상을 당했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팀의 주전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벌어졌다. 선수단 밖에서는 이장석 전 대표가 재판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았고, 과거 트레이드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일어날 수 있는 모든 나쁜 일'이 모조리 한 시즌에 터진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 감독은 선수단을 흔들림 없이 다독이며 4위로 이끌었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운영이나 전술 미스로 인한 역전패 등이 나오고 있지만, 그 빈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만은 틀림없다. 선수들의 성장 못지 않게 장 감독 역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장 감독에게도 포스트시즌은 처음 맞이하는 무대다. 그리고 호흡이 긴 페넌트레이스와 단기전 승부인 포스트시즌은 차이점이 매우 크다. 선수 운용 방식이나 게임 및 시리즈 플랜 자체가 정규시즌과는 다르게 가야 한다. 아쉽게도 장 감독은 이런 경험이 없다. 각고의 노력으로 정규시즌에서는 '초보' 딱지를 떼어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초보'가 된 셈이다.
때문에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되는 2018 포스트시즌에서 장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에 관심이 몰린다. '기세'와 '흐름'의 싸움인 포스트시즌에서 과연 장정석 감독은 영웅 군단을 어떤 식으로 이끌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