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장애인 체육 사상 처음으로 꾸려진 남북 단일팀이 나란히 메달을 수확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미는 탁구 남북 단일팀이 장식했다. 장애인탁구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13일(한국시간) 끝난 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스포츠등급 TT6-7)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코리아는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남북은 이번 대회에서 장애인 체육 사상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장애인 국제종합대회에서 처음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고, 탁구와 수영에서 단일팀을 꾸렸다.
개회식에서는 남측 휠체어펜싱 김선미(29·온에이블), 북측 수영 심승혁(22)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심승혁의 휠체어를 김선미가 밀면서 들어오는 장면은 커다란 감동을 안겼다.
남북은 수영 혼계영 400m 34P, 계영 400m 34P와 탁구 남자 단체전 TT6-7에서 단일팀을 꾸렸다. 당초 남북은 혼계영과 탁구 단체전 TT6-7, TT8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계영이 추가되고, 북측 탁구의 김영록(24)과 박금진(23)이 모두 7등급을 받으면서 단체전 TT8 출전은 없던 일이 됐다.
지난 5일부터 본격적으로 합동 훈련을 한 남북 단일팀의 출발은 수영 계영 400m 34P였다. 계영에서는 권현(27·부산장애인체육회), 김세훈(21·울산북구청), 이동구(39·부산장애인체육회), 권용화(19·경기도장애인체육회), 전형우(16·대전장애인체육회) 등 남측 선수 5명과 북측의 심승혁(22), 정국성(21)이 호흡을 맞췄다.
수영 계영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영 단일팀은 지난 8일 벌어진 계영 400m 34P 결선에서 4분24초95의 기록으로 일본(4분07초18) 중국(4분08초01)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경기 직후 일본이 부정출발로 실격 처리되면서 코리아의 메달은 동메달에서 은메달로 바뀌었다. 목표했던 메달, 그것도 은메달을 손에 넣은 단일팀과 응원단은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그러나 실격 직후 일본이 신속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비디오 판독을 거쳐 일본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졌고, 코리아의 순위는 다시 3위가 됐다. 단일팀이 항의하자 대회 조직위는 1~4위 국가에 판정 과정을 설명하고 시상식 개최를 연기했다. 결국 단일팀의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코리아의 첫 경기 결과는 동메달이 됐다.
시상식도 문제였다. 계영 예선에서 북측 정국성, 심승혁과 남측 전형우, 김세훈이 나섰다. 메달을 위해 결선에서는 남측 선수들만 뛰었다. 단체전의 경우 예선, 결선 출전선수 모두에게 메달이 수여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릴레이 경기의 메달은 예선, 결선을 뛴 모든 선수들에게 주어진다. 예선만 뛴 선수의 메달은 선수단장(Team Leader)을 통해 전달된다'는 세계장애인수영연맹(World Para Swimming) 규정 탓에 남북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 오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와 조직위 측을 만나 남북 선수가 함께 시상대에 올라야 한다고 설득, 남측 2명, 북측 2명 등 4명의 선수가 시상대에 서기로 했다. 예선에 나섰던 남측 김세훈, 전형우와 북측 심승혁, 정국성이 시상대에 올랐다. 혼계영 400m 34P에서는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4명의 선수가 한 팀을 꾸려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 순서로 100m씩 헤엄쳐 순위를 정하는 혼계영에서 남측 선수 3, 북측 선수 1명이 호흡을 맞췄다. 배영 권용화(19·경기도장애인체육회), 평영 임우근(31·대전장애인체육회), 접영에는 권현(27·부산장애인체육회)이 출전하고 북측의 정국성(21)이 마지막 자유형 영자를 맡았다.
코리아는 11일 남자 혼계영 400m 34P 결선에서 5분09초87을 기록해 총 7개국 가운데 5위에 그쳤다. 배영 영자로 나선 권용화가 100m 구간을 3위로 통과해 메달 전망을 밝혔지만, 이후 5위로 밀렸다. 코리아는 이후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5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남측 박홍규(45·충북장애인체육회), 이세호(24·대전장애인체육회)와 북측 김영록, 박금진으로 탁구 남북 단일팀은 수영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특히 단체전 복식에서 호흡을 맞춘 박홍규와 김영록이 21살의 나이 차에도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마흔다섯 박홍규의 노련한 왼손과 스물넷 김영록의 패기만만한 오른팔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양팔 절단 장애인 김영록이 빠른 발로 찬스를 만들어내면 오른쪽 상하반신 장애가 있는 박홍규가 왼손으로 날선 드라이브를 날렸다. 김영록은 포인트를 따내면 거침없이 함성을 내지르며 파이팅을 불어넣고, 박홍규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중심을 잡았다. 일주일 남짓 훈련했지만 박홍규와 김영록은 서로를 "삼촌", "영록아"라고 부르며 두터운 친분이 쌓였다.
코리아의 멤버로 수영 계영에서 동메달에 큰 힘을 보탠 권현은 "어쩌다보니 기회가 생겼고, 어쩌다보니 같이 수영장에 있더라. 그리고 같이 경기를 했다"며 "한 팀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만나서 어색하지 않고 너무 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권현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응원 문구가 왜 '하나다'라고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처음 본 친구들이지만 정말 하나 된 느낌이 들었다"며 "북측 선수들 기량이 남측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전혀 슬프지 않았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그냥 기뻤다. 세 번째 장애인 아시안게임인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록과 환상의 호흡을 뽐낸 박홍규는 "단일팀이 장애인 체육에서도 성사될까 긴가민가했다. 유니폼을 맞춘다고 해서 실감이 났다"며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북측 선수를 적으로 만나 꺾었다. 이번에는 한 팀으로 만났다. 장애인아시안게임 두 번째 출전인데 출전할 때마다 뜻 깊은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매번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영광을 누린다"고 밝혔다.
그는 "한 팀으로 만나 같이 숨 쉬고 운동하고 호흡을 맞추고 이야기했다. 처음에 존칭을 쓰다 편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못 알아듣는 말도 있었지만 굉장히 좋았다"며 "내가 아무래도 경험이 많아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중국전 패배에 아쉬움을 드러낸 박홍규는 "조금 더 일찍 호흡을 맞추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무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교류를 이어가면서 오픈 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다보면 패럴림픽에도 단일팀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처음으로 북측과 교류를 했고,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북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원, 후원 개념이 아니라 교류라는 차원으로 하면서 기술적인 것을 전달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