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11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서 패하면서 5강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그래도 남은 롯데와의 2경기서 1번만 이기면 5강 확정이다. 이렇게 KIA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10일 열린 한화 이글스전서 선발 한승혁의 역투 덕분이었다. 한승혁은 한화전서 5⅓이닝 동안 단 2안타만 내주고 3탈삼진 무실점을 하며 티의 6대0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7승째. 시즌전엔 선발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한승혁이 선발로 7승이나 가두는 깜짝 활약을 했다.
150㎞ 후반의 강한 직구를 가지고도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한승혁은 올해 정규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좀 더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10일 경기서 인생투를 했다. 그런데 직구 구속이 최고 149㎞에 지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나.
▶조절을 좀 했다. 같은 직구라고 해도 2스트라이크에선 강하게 던지고 카운트를 잡을 때 세게 안던지고 변화구를 던지면서 조절을 했다.
내가 나오면 상대타자는 150㎞로 생각하고 타이밍을 앞에 둘거라고 생각해 회전은 같은 직구라도 스피드가 좀 더 느리게 가면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던졌다.
직구는 80∼90프로(의 힘으로) 던지고 변화구도 전력으로 던지고 그러면서 변화구와 스피드의 격차를 주면서 타이밍을 뺏으며 승부를 하는 게 대부분 투수의 볼배합이라고 보면 되는데, 어제는 직구도 약간 힘을 뺐다가 3볼에서 가볍게 던져셔 2스트라이크를 잡고, 타자가 어느정도 그 스피드에 적응을 할 때 세게 던지면 같은 직구라도 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변화구를 못던지는 상황에선 그런 식으로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용했는데 잘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완급 조절을 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받았나.
▶생각을 했기도 했고 조언도 받았다. 경기에 옮기기엔 솔직히 힘든 부분도 있지만 선발이기 때문에 또 가능할 수 있다. 아무래도 오래 던져야하기 때문에 힘 배분을 잘해야된다고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한승혁하면 150㎞ 후반의 빠른 공을 생각하는데 가끔 직구 구속이 안나올 때가 있었는데.
▶선발을 안하다가 하다보니까 힘이 부치는 경우가 있더라. 똑같이 세게 던진다고 하는데 스피드가 안나오기도 했다. 아직 몸이 불펜에 맞춰져 있다가 적응을 못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이것도 적응기간이라고 본다. 겨울에 준비하고 내년에도 계속 한다고 할 경우 좀 더 내년엔 체력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 아프지만 않으면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변화구 구사가 많았는데.
▶잘 던진 경기를 보면 변화구 구사가 많았다. 직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투수인데도 변화구를 많이 써서 잘던진 경기가 많았다. 어제(10일) 경기서 그런 것을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1회 들어갈 때부터 쉽게 맞혀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초구에 직구를 쓱 던졌다가 안타맞으면 힘든 상황이 올 것 같았다. 직구 타이밍에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그러다보니 결과도 좋았다. 일단 제구가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놀다보니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올시즌을 되돌아본다면.
▶작년에 결과가 너무 안좋았다. 시범경기 때 기대를 많이 받고 결과가 안좋아서…. 그리고 한국 타자들이 160㎞도 칠 것 같다. 그 정도로 적응을 잘한다. 그래서 커브를 연마했다.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졌지만 더 느린 공이 있으면 더 살겠다 싶어서 마무리 훈련 때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커브 때문에 선발 기회를 잡은 것도 있다. 커브를 쓰다보니까 타이밍 뺏는 방법,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 마운드에서 편하게 던졌던 것 같다. 야구하면서 좋은 경험이 되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선발 투수로 7승을 했는데.
▶솔직히 선발 할줄도 몰랐는데 선발 7승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올시즌 (처음으로) 등판했을 때가 SK전(4월 4일 인천) 4이닝을 던졌고 그 경기로 선발이 됐는데 올시즌 처음과 마지막이 잘돼서 좋았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