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딴 선수가 저보다 절실했다고 생각한다. 1등한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리우패럴림픽 3관왕' 조기성(23·부산시장애인체육회)이 행복한 은메달리스트의 품격을 보여줬다.
조기성은 9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대회 첫 경기 남자 자유형 100mS4(1-4) 결선에서 1분25초80의 기록으로 결선진출자 8명 중 두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일본의 스즈키 다카유키가 1분22초81의 대회 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조기성은 시상대에서 1위 스즈키, 3위 주 리안강(중국)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소감을 묻는 질문에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훈련기록보다 잘 나왔다. 굉장히 만족한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최선을 다했는데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금메달을 딴 선수가 저보다 더 절실했다고 생각한다. 1등한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사실 출발점부터 달랐다. 이번 아시안게임 직전 S1~4등급이 경쟁하는, 조기성(S4)의 주종목에서 S5등급이던 일본 스즈키의 등급이 S4로 조정되는 돌발 악재가 있었다. 장애인 스포츠 등급에서는 숫자가 클수록 장애가 덜하다. 등급조정으로 인해 장애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S5 등급의 선수가 S4 등급으로 내려왔다. 조기성과 스즈키의 첫 맞대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뇌병변 장애로 인해 하체를 쓰지 못하는 조기성에 비해 절단장애인 스즈키가 스타트나 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조기성은 조건이나 환경을 조금도 핑계삼지 않았다. "이미 등급 조정이 결정돼, 내려온 선수다. 내가 거기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그 정도의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1등 한 선수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고 싶다."
'리우 3관왕' 조기성은 10일 자유형 200m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자유형 50m(일정 미정)도 남았다. 자유형 200m에서 또다시 스즈키와 맞붙는다. 조기성은 "객관적 조건에서 내가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턴, 스타트에서 거리가 벌어지기 때문에 그 거리를 오직 레이스에서 따라잡아야 한다"고 했다. "200m도 해봐야 알 것같다. 나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다카유키 선수도 잘 준비돼 있는 것같다. 절단장애라서 후반이 안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후반 지구력 준비도 잘 돼 있더라"며 또 한번의 치열한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등급조정이 유지될 경우 2020도쿄패럴림픽에서도 이 선수와 승부해야 한다는 말에 조기성은 "오늘 졌다고 패럴림픽에서 지란 법은 없다. 부족한 점을 잘 메운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마린보이' 박태환이 보내준 영상응원 메시지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굉장히 영광이었다. 우리나라 수영을 대표하는 박태환 선수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 걸 보고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늘 기록이 잘 나온 데는 코치님들의 도움, 남북단일팀의 기운, 그리고 박태환 선수의 영상 메시지가 큰힘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사실 2008년에 베이징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따는 걸 보고 수영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원래는 물을 무서워했는데 박태환 선수가 수영하는 것을 보고 멋있어서 엄마를 졸라서 수영장에 가게 됐다"며 웃었다.
남은 2경기 각오를 묻는 질문에 "오늘 힘을 썼기 때문에 어떻게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남은 2경기에서 더 좋은 경기,멋진 레이스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